2024년 11월 06일(수)

"일제 때 일본 국민들도 비참했다"...'설강화' 작가 과거 발언 재조명

JTBC '설강화 : snowdrop'


[인사이트] 지동현 기자 =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JTBC '설강화 : snowdrop'(설강화) 작가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됐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월간지 '방송작가' 2012년 12월호에 담긴 유현미 작가의 인터뷰 일부가 주목받았다.


당시 그가 집필한 KBS2 '각시탈'에서 애정이 갔던 인물로 유 작가는 기무라 슌지(박기웅 분)를 꼽았다.


그는 "기무라 슌지는 순수하게 제가 창작해 낸 인물 중에서 제국주의에 희생되는 일본 젊은이들을 상징했다"며 "전쟁의 광기에 희생당한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KBS2 '각시탈'


유 작가는 "그 시절 일본 국민들도 정말 비참했다. 그러니 더 이상 이런 광기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 기무라 순지를 그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무라 슌지가 친일을 미화하고 제국주의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비판에 유 작가는 "억울하긴 했는데, 생각해 보니 제 억울함은 별게 아니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자식들의 운명까지 희생한 독립투사들은 아직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억울할까"라고 답했다.


방영 당시 '각시탈'은 일제 경찰 기무라 슌지에 지나친 서사를 부여한 탓에 그를 선한 인물로 묘사함과 동시에 제국주의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 작가의 발언은 최근 '설강화'가 역사 왜곡에 휩싸이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KBS2 '각시탈'


이번에도 유 작가는 '설강화'를 통해 악명 높았던 안기부 대공 업무에 지나친 서사를 부여하면서 미화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방송에 앞서 '설강화'는 주인공 임수호(정해인 분)가 운동권으로 오인되지만 실은 북한에서 남파된 간첩이라는 설정과 안기부 팀장이지만 정의롭고 대쪽같은 인물로 묘사된 것 등이 역사 왜곡 지적을 받은 바 있다.


1회에서는 여자 주인공 은영로(지수 분)가 임수호를 운동권으로 오인해 구해줬다는 것과 학생운동 때 사용됐던 '솔아 푸르른 솔아' 노래가 안기부 직원과 간첩을 연기한 이들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것이 문제라는 비판 의견이 나온다.


JTBC '설강화 : snowdrop'


2회에서도 임수호가 간첩이라는 설정이 확실해졌고, 당당히 맞서는 대학생들에 안기부 요원이 기에 밀려 물러나는 장면은 당시 피도 눈물도 없이 악행을 자행한 안기부를 미화했다는 지적이다.


이현주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지난 20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역사적으로 너무 무책임하고, 명백한 왜곡 의도를 지닌 드라마"라고 입장을 냈다.


그는 "안기부 직원 팀장(장승조)이 등장하는 서사가 굉장히 황당했다"며 "외국에서 대동강1호라는 간첩을 쫓을 때 동료가 희생 당하면서 간첩을 쫓는 사람이 희생자로 정의된다. 안기부 직원을 희생자로 정의하는 건 안기부에 대한 새로운 아이덴티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