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저널리즘은 그동안 이 산업을 버텨준 광고수익 모델이 무너지며 심각한 위험을 마주하고 있다. 언론이 시민의 지지를 잃어가는 현상은 또 다른 위기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저널리즘 위기의 시대에 언론을 위한 지침을 담은 번역서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원제 The Elements of Journalism, 빌 코바치·톰 로젠스틸 저, 이재경 옮김) 개정 4판을 발간했다.
이 책은 미국 언론에서 100여 년에 걸쳐 만들어진 저널리즘 원칙을 정리한 현직 언론인과 예비 언론인의 필독서로 꼽히는 책이다. 이번 네 번째 개정판은 2001년 초판이 나온 이래 20년, 2014년 세 번째 개정판이 나온 지는 7년 만이다.
개정 4판은 저널리즘을 둘러싼 정치, 경제, 기술, 문화적 맥락의 급격한 변화상을 반영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이 미디어 환경을 급속히 바꾸고 새로운 매체를 만들어 내면서, 기존 매체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매체와 인물들이 탄생했다.
4판에 새롭게 추가된 부분은 이렇게 새로 등장한 인물들과 그들이 시도하는 디지털 실험을 소개하는 내용이 중심을 이룬다. 특히 이들이 저널리즘의 핵심 원칙을 지켜내기 위해 변화하는 생태계에서 어떠한 노력을 하고, 그 노력이 언론 현장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지도 세밀하게 설명한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은 이번 4판에서 저널리즘 환경과 관련한 세 개의 흐름을 특히 강조한다. 첫째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독재적 정치 지도자들이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겁박하는 현실이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 필리핀의 두테르테, 러시아의 푸틴, 중국의 시진핑, 브라질의 볼소나로 등 정치 지도자들은 독단적 권력을 휘두르며 취재를 방해하고, 언론사와 기자를 협박하거나 가짜뉴스 생산자로 몰아붙인다. 저자들은 이들이 광범위하게 보급된 SNS를 활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 권력의 이익을 위해 저널리즘을 압박해 왔다고 판단한다.
두 번째 흐름은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들의 부정적 역할이 강화되는 추세다. 저자들은 특히 플랫폼 기업들이 디지털 생태계의 정보유통 네트워크를 장악한 상태에서 이익 극대화를 위해 사람들을 끊임없이 소집단으로 쪼개는 행태를 걱정한다.
이는 각 개인의 특성과 집단의 성격에 맞춰서 광고를 팔기 위한 표적 마케팅 전략의 산물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엄청난 수익을 챙겨 왔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다. 문제는 이러한 플랫폼 기업의 영업 전략이 공동체를 분리하고, 공중들 간의 대화를 단절시켜 결국 민주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저자들이 주목하는 세 번째 흐름은 사회의 양극화, 의식의 극단화 추세다. 이는 특히 미국 사회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진단이다. 부족화라고도 표현되는 이 현상은 인종과 성별, 진보와 보수, 부자와 가난한 사람, 늙은이와 젊은이 등으로 사회가 쪼개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 또한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인 깨어 있는 시민들의 모임인 공중의 형성을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저자들은 "위기에 빠져있는 분야가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그 분야를 초기부터 이끌어왔던 근본적인 가치들을 기억해 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먼 나라 저널리즘이 처한 위기는 한국 저널리즘이 마주한 위기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은 한국 언론이 위기를 극복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처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