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꼬꼬무', 영화같은 '모가디슈' 탈출기로 남북한 실화 재조명...시청률 4.3%로 상승 (영상)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인사이트] 지동현 기자 = 소말리아 모가디슈 내전에서 살아남은 남북한 사람들의 실화가 시청자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11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에서는 영화 '모가디슈'의 바탕이 된 1991년 소말리아 내전 사건을 다뤘다.


1990년 12월 경상북도 경주, 먼 길을 떠나려는 여성 두남 씨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비행기를 타고 출발해 스위스, 아프리카 케냐를 거쳐 2박 3일 만에 소말리아 모가디슈에 도착했다.


그녀는 소말리아 한국 대사관 직원인 남편을 반년 만에 만났지만 얼마 후 부부가 있는 모가디슈에는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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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는 반군과 정부군의 내전이 시작되면서 아비규환이 됐다.


당시 소말리아에 있던 대한민국 대사관 직원 및 교민은 총 7명이었고 강신성 대사는 이들의 운명을 책임지게 됐다.


그는 하루아침에 아비규환의 전쟁터가 되어버린 도시에서 모두를 무사히 탈출시키고자 직원들과 교민들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모았다.


무장강도들이 호시탐탐 관저를 노리는 상황에서 한국에 연락할 통신 수단도 끊겼고 모가디슈를 탈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비행기는 공항 문이 열리지 않아 결국 타지 못했고 대사 일행은 망연자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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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관저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강 대사는 북한 대사관 일행 14명과 마주쳤다.


당시 UN 가입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남과 북은 최악의 대치 관계를 겪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이미 강도들에게 털려 무작정 공항에 피신한 상황이었다.


안전하지 못한 공항에서 머물고 있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에 강 대사는 무장경비가 있는 대사관저로 함께 가자고 제안했고, 북한 사람들은 쌀 3포대와 부식을 가져왔다.


이들은 그제야 긴장을 풀며 함께 음식을 만들어먹는 등 시간을 보냈고 강 대사는 이탈리아 대사관에 도움을 청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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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최대 격전지인 대통령 궁이 있어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고 강 대사는 결국 목숨을 걸고 이탈리아 대사를 만나 남북한 21명을 위한 비행기를 부탁했다.


그러나 여분의 좌석은 겨우 7-8석뿐이었고 이탈리아 대사는 한국 사람들 먼저 대피하라고 제안했다.


방송을 통해 당시를 떠올린 강 대사는 "절망적이었다. 우리라도 태워 달라, 나중에 이 사람들도 잘 태워 달라 하고 먼저 떠날 수도 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만 믿고 우리 집에 오라는 사람들을 두고 떠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라며 북한 사람들을 두고 갈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강 대사는 제발 21명 모두 떠나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이탈리아 대사는 1시간 후 겨우 군수송기를 마련했다며 가능한 한 빨리 21명 모두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데려오라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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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1명이 차량 4대에 나눠 최대 격전지를 지나 목적지까지 가기로 했고 승합차 운전은 두남 씨 남편인 한국 대사관 직원 박용운 씨가 맡기로 했다.


그런데 출발 직전 북한 무전수는 자신의 가족들이 타고 있으니 자신이 운전을 하겠다며 운전석에 올랐다.


차 4대가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가는 길 차량에는 총알이 날아들었고 이들은 필사적인 운전 끝에 이탈리아 대사관에 도착했다.


북한 무전수는 창백해진 얼굴로 왼쪽 가슴의 총상을 부여잡으면서도 끝까지 운전대를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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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을 강탈하려는 무장강도와 정부군의 타깃이 됐던 승합차의 운전석에 올라탔던 북한 무전수가 타깃이 된 것이다.


이탈리아 대사관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강 대사는 차에 꽂혀 있던 태극기를 들고 뛰면서 "우리는 한국 외교관이다"고 외쳤다.


북한의 외교관들도 태극기를 흔들며 외쳤고 결국 북한 운전수를 제외한 20명은 이탈리아 대사관에 도착했다.


남북한 사람들은 무전수를 죽어서라도 조국에 돌아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사관 화단에 한반도 방향으로 그를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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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간 생사를 함께 한 남북한 사람들은 케냐 공항에 착륙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포옹과 악수를 나누며 "통일이 되면 꼭 다시 만납시다"라는 약속으로 5분이 채 걸리지 않은 이별을 했다.


한국으로 무사히 돌아온 이들은 백방으로 북한 사람들의 소식을 알아봤지만 알 길이 없었다.


'꼬꼬무'를 통해 전 북한 대사는 "외무성 안에서는 그 정도는 다 안다. 처벌받았다는 소리가 없었다"라며 "북한도 사람부터 살려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니 승인을 했던 거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북한에 와서 외무성에 출근하는 것을 봤다"라고 당시 북한 대사 일행의 무사 귀환을 알렸다. 북한 무전수의 아내는 이후 외교부에 취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85세가 된 강신성 대사는 30년이 지날수록 그날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더 선명해진다고 떠올렸다.


그는 "북한 사람들이 보고 싶다. 대사는 살아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이제 30대가 됐을 텐데 용돈이나 선물이라도 주고 싶다"며 "만약 통일이 되면 제일 먼저 할 일은 그 사람들을 만나는 거다. 그동안 어떻게 잘 지냈는지 일상적인 것들이 궁금하다. 그런 날이 꼭 한번 오면 좋겠다. 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그런데 그런 날이 언제 올지"라고 그리움을 드러냈다. 


영화 '모가디슈' 모티브 이야기를 그린 이날 방송은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가구 시청률 4.3%를 기록해 지난 회차보다 0.3%P 상승했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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