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최근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의 SNS상에서 주로 10대 후반부터 20대 여성들 사이에 자신의 깡마른 몸을 찍은 사진을 게시하고 다이어트 경험 등을 공유하는 이른바 '프로아나'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프로아나'란 찬성을 뜻하는 접두사 'PRO-'에 거식증을 뜻하는 'ANOREXIA'를 합성한 신조어로, 극단적으로 마른 몸을 동경하며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집단을 가리킨다.
주로 미국과 서유럽 등에서 이슈가 되던 것이 최근 몇년 사이 경계 없는 SNS를 통해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도 트렌드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페미니즘 리부트'와, 사회가 강요하는 '여성적' 외모 기준에서 벗어나자는 '탈코르셋 운동'의 한편에서 소위 '개말라' '뼈말라'를 원하는 젊은 여성들이 늘어가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자신의 몸과 불화하는 섭식장애 청소년과 성인 여성 들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생생한 일인칭 화자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소설 '마른 여자들'이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뉴질랜드 출신 작가 다이애나 클라크의 데뷔작이다. '나쁜 페미니스트'의 저자 록산 게이가 학과장으로 있는 퍼듀 대학교 영문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을 당시, 이 소설을 먼저 읽은 게이의 강력한 추천이 소설 출간에 도움을 주었다.
'마른 여자들'은 록산 게이가 자신의 섭식장애 경험을 통렬히 고백했던 '헝거'의 거울상 같은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감정까지 서로 공유하며 거울을 보듯 똑같은 모습이었던 쌍둥이 자매 로즈와 릴리가 사춘기를 지나 성인이 되며 거식증과 폭식증으로 점점 외모와 삶이 각각의 방향으로 멀어지면서 겪는 아픔과 좌절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마치 누군가의 다이어리를 엿보듯, 인생 보고서를 읽어내리듯 현재와 과거, 사실과 정보를 교차 배열한 독특한 서사와 형식이 더욱 흥미를 유발한다.
청소년기와 청년기 여성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진 해로운 다이어트 문화, 여성의 외모에 대한 사회적 억압과 미디어의 폭력적 보도 행태, 여성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폭력, 데이트폭력과 성폭력까지, 이 소설 안에는 우리가 지금 반드시 주목하고 이야기해야 할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들이 모두 담겨 있다.
화자의 직설적인 목소리와 거침없는 묘사는 독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불편함은 우리가 직시해야 하지만 외면하고 있었던 우리 자신의 진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