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조세진 기자 = 말(言)을 듣지 않은 말(馬) 때문에 근대5종 여자 개인전 아니카 슐로이(31·독일)는 5년을 기다린 올림픽 메달의 꿈을 접어야 했다.
한 선수가 수영, 펜싱, 승마, 육상, 사격을 모두 치르는 근대 5종에서 승마는 탑승하는 말이 추첨을 통해 랜덤으로 배정된다.
슐로이가 사진 속 말 '세인트 보이'와 처음 만난 건 경기 시작 20분 전, 아마도 이 짦은 시간 안에 말과 친밀감을 쌓고 소통하는데 어려웠던 듯하다.
세인트 보이는 장애물 넘기를 거부했다. 슐로이는 끝까지 경기를 이어갔지만 결국 승마에서 0점을 받아 최종 31위로 대회를 마치게 됐다.
슐로이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근대 5종 승마에서 말이 랜덤으로 배정되는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근대 5종은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만들어졌다.
쿠베르탱 남작은 전쟁 중 군령을 전하기 위하여 적진을 돌파한 나폴레옹 부하의 영웅담을 바탕으로 근대 5종 경기의 종목을 정했다.
5개 종목의 콘셉트는 근접한 적은 칼로 제압하고(펜싱), 강을 헤엄쳐 건너(수영), 적의 말을 빼앗아 타고(승마), 먼 거리의 적은 총으로 제압하면서(사격), 달려서 적진을 돌파하는(크로스컨트리)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 중 승마 종목의 콘셉트는 '적의 말을 빼앗아 타는 것'이기 때문에 무작위 추첨을 통해 말이 배정되는 것이다.
승마 때 평소에 타는 말이 아닌 대회 조직위원회가 준비한 처음 본 말을 타게 되는 선수는 말과의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말과 친밀감을 완성해야만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말의 상태에 따라 점수가 결정되기도 한다. 당일 말의 컨디션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꼽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