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재유 기자 = 2020 도쿄올림픽이 어느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림픽이 끝나간다는 것은 하계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라톤 경기가 곧 펼쳐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어 집중 조명을 받은 선수가 있다.
바로 아프리카 케냐 출신의 귀하 마라토너 '오주한' 선수다.
오주한 선수는 한국인들과 생김새는 다르지만 그의 가슴팍에는 익숙한 태극기가 새겨져 있다.
케냐 투루카나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오주한의 본명은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다. 그가 한국으로 귀화해 오주한이라는 한국 이름을 갖고 대표선수로 뛰기까지 특별한 인연이 있다. 바로 그의 '한국 아버지' 오창석 교수다.
오주한과 스승 오창석 마라톤 대표팀 코치 겸 전 백석대 교수의 인연은 약 14년 전인 지난 2007년 케냐에서 시작됐다.
오 교수는 케냐에서 발굴한 유망주 오주한을 아들처럼 아끼며 체계적인 주법을 가르쳤고, 각종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휩쓰는 세계적인 마라토너가 될 수 있게 이끌었다.
두 사람은 오랜 기간 동거동락하며 스승과 제자 관계를 넘어 가족처럼 지냈다. 오주한은 지난 2018년 오 교수의 권유로 한국 귀화까지 결심했다.
이후 오 코치의 성을 따라 '오주한'이라는 한국 이름을 갖게 됐다. '주한'은 '오직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오주한에게 하나뿐인 스승이자 '한국 아버지'였던 오 교수는 안타깝게도 지난 5월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1월 케냐로 출국해 오주한의 훈련을 돕던 오 교수는 비자가 만료돼 올해 4월 비자를 갱신하러 귀국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풍토병 증세가 발병했고 치료를 받던 중 증세가 폐렴으로 악화되며 결국 지난 5월 5일 눈을 감았다.
올림픽을 2달 여 앞두고 아버지와도 같은 스승을 잃은 오주한은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오주한은 무너질 수 없었다. 오 교수가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올림픽 무대에서 그간 노력의 결실을 맺길 바랐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오주한은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
"제 2의 고국 한국을 위해, 한국 아버지를 위해 달리겠다"
이번 올림픽에 임하는 오주한의 각오다. 그는 스승 오창석 교수를 위해서라도 죽기 살기로 달릴 예정이다.
하늘에 있는 한국 아버지를 위한 오주한의 질주는 도쿄올림픽 마지막 날인 오는 8일 오전 7시에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