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재유 기자 = 사랑하는 큰 딸을 버스 사고로 잃은 부모님.
부모님은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되고 싶어했던 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장기기증을 택했다.
지난 5월 유튜브 채널 '하이머스타드'에는 "어학연수 일주일 만에 뇌사 판정...장기기증으로 6명 살리고 천국으로 먼저 떠난 큰 딸"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에는 지난 2015년 9월 미국 시애틀에서 발생한 버스 충돌·전복 사고로 사망한 김하람 씨의 아버지가 출연했다.
김씨는 당시 시애틀 시내 오로라 다리에서 노스 시애틀 칼리지의 외국인 교환학생 등 약 45명을 태운 전세버스에 타고 있었다.
그가 탄 버스가 수륙양용 관광버스와 충돌했고, 이 사고로 중태에 빠졌던 하람씨는 끝내 숨을 거뒀다.
하람씨는 유일한 사망자였다. 어학연수 차 시애틀을 찾은지 1주일 만에 일어난 사고였기에 더욱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고 소식을 들은 하람씨 부모님은 곧바로 시애틀로 향했고, 병원에서 마주한 딸의 모습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코에는 산소호흡끼를 낀 채로 불러도 반응이 없었고, 눈가에서는 계속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처음에 딸의 모습을 본 순간 맥이 풀리고 주저 앉았다"고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런 아버지에게 의사는 조심스레 "딸의 뇌 기능이 거의 상실됐다"며 아버지의 가슴을 아리는 제안을 해왔다.
"따님의 장기를 기증하시겠습니까? 따님의 장기로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직 희미하게 나마 숨이 붙어 있는 딸의 몸에서 장기를 꺼낸다는 생각에 의사의 제안은 너무나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그 순간 부모님 머릿 속에는 딸의 오랜 꿈이 떠올랐다. 의사가 돼 많은 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것.
부모님은 장기기증을 통해 여러 사람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는 것이야말로 딸의 꿈을 이루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렵게 딸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수술실 안으로 들어가는 딸의 귀에 대고 아버지는 "엄마 아빠의 딸로 이 땅에 와줘서 너무 고맙고 넉넉하게 지원해주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언제나 엄마아빠를 최고 로 여겨주고 사랑을 표현해줘서 너무 고맙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런 부모님의 작별 인사에 답이라도 한 것일까.
그날 지쳐 잠든 부모님은 두 분 모두 딸 하람씨의 꿈을 꿨다.
꽃밭에서 특유의 환한 웃음을 지으며 부모님을 바라보던 하람씨. 그게 부모님과 하람씨의 마지막 인사였다.
비록 하람씨는 이 세상에 없지만 하람씨는 장기기증을 통해 6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그토록 꿈꾸던 다른 사람을 살리는 일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람씨의 신장으로 새 사람으로 살아난 한 미국인 남성은 하람씨 부모님에게 직접 쓴 손편지를 통해 "따님 덕분에 내가 내 딸의 졸업식을 갈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하람씨 아버지는 끝으로 "훗날 딸을 만났을 때 잘 먹고 잘 살다가 왔다"고 말하고 싶어 오늘도 힘을 내 열심히 살고 있다"며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