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병역의무자는 만 19세가 되는 해에 군 복무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판정받기 위한 병역판정 검사를 받게 된다.
일부 병역의무자들은 군 입대를 피하기 위해 정신질환자 행세를 하거나 고의로 급격히 체중을 줄이는 등 온갖 위장과 거짓말을 일삼기도 한다.
다만 대부분의 베테랑 의사들은 이런 꾀병 환자들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직업의모든것'에는 "병무청 병역판정 전담의사 인터뷰"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인터뷰에 응한 정신과 의사 A씨는 병무청에서 병역판정 전담의로 근무했던 경력이 있다.
병역판정 신체검사에서 정신과 질환의 경우 면담을 통해 해당 수검자의 복무 가능 여부를 판정한다. A씨는 이 때문에 거짓말하는 수검자도 많다고 전했다.
먼저 첫 번째 유형은 "스트레스 받으면 실신한다"고 주장하는 수검자다. 이들은 군대를 가면 무조건 실신할 거고 훈련하다 쓰러질 수 있기 때문에 군대를 못 간다고 호소한다.
사실 이 같은 증상을 전해도 증빙할 수 있는 치료 기록이 없다면 '현역'으로 판정된다. 놀랍게도 이런 유형의 인물은 예정대로 검사를 진행한 뒤 결과를 알리면 곧바로 실신하기도 한다.
병무청 내에서 실신 환자가 발생할 경우 일반인이라면 깜짝 놀라겠지만 A씨는 "실신이 진짜인지 아닌지 거의 알 수 있다"며 "진짜 실신한 경우 대부분 뒤로 축 쓰러진다. 이들은 최대한 안 다치기 위해 낙법을 친다든지 최대한 푹신한 데로 떨어지는 등 무의식적으로 티가 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유형은 '협박'하는 수검자다. 한 수검자는 "군대를 가면 다 총으로 쏴서 죽여버리겠다"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커터 칼을 꺼내면서 A씨를 협박한 사람도 있었다.
그는 "군대가 수류탄이나 총 등을 자유롭게 내주지 않는다"면서 "협박한다고 군대를 빼주면 모두가 다 빼줄 것"이라고 침착하게 설명했다.
A씨가 가장 애매한 부분이라고 설명한 세 번째 유형은 '폭력'에 익숙한 이들이다. 흔히 말하는 '일진' 유형인데, 학교를 중퇴했거나 공부를 멀리한 나머지 성적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이들은 학교 폭력에 가담했다' 등의 설문 목록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체크하거나, 누굴 때렸고 어떤 처벌을 받았다 등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기도 한다.
A씨는 "우리나라 군대 체계 자체가 지능이 낮으면 군대를 안 간다"라며 이처럼 기초적인 상식이 없거나 지능 검사 결과가 낮게 나오는 경우엔 병역판정이 애매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A씨는 영상을 통해 또 다른 인상적인 사례도 소개했다. 바로 자신이 '포세이돈의 아들'이라고 설명한 사람이다.
해당 수검자는 진지한 태도로 판정 검사에 임하며 "물속에 잠수를 해서 몇 시간 이상 참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증명하기 위해 실제로 물 채운 세숫대야에 얼굴을 담가 봤지만 결국 1분 만에 포기하고 "아가미가 안 나와서 그렇다"며 CT 촬영까지 수검자가 제안했다고 한다.
A씨는 해당 수검자가 조현병 중 하나인 '과대망상'을 앓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