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옛 황족들을 그들의 혈통을 지킨다는 이유로 근친혼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성하고 고귀한 왕가의 혈통을 지키기 위해 전략이었다. 하지만 순수 혈통을 지키기 위한 근친혼은 아이러니하게도 유전자를 망가뜨리는 행위였다.
실제 근친혼을 고집하다 유전병으로 결국 파멸을 맞은 왕가들을 역사 속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유럽 최고 왕실인 합스부르크 왕가 역시 동일 혈통을 고집해 근친혼을 하다가 비극을 맞은 사례다
지난 1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happyday543'은 순수혈통을 지키기 위해 근친혼을 강행하다 후손들에게 심각한 유전병을 안긴 합스부르크 왕가의 이야기를 재조명했다.
15세기 이래로 유럽 대륙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번성했던 합스부르크 왕가는 이상한 병에 시달렸다.
일부 왕족들이 아래턱이 유독 길게 돌출돼 입을 제대로 다물지 못하는 등 고통을 겪고 있었다. 이같은 턱은 왕가의 이름을 따 '합스부르크립'으로 불렸다.
6세기 이상 이어져 내려온 '합스부르크립'은 13세기의 신성 로마 제국 황제 루돌프 1세에서 그 증세가 나타났다.
합스부르크 왕가에 전반적으로 유전된 이 병은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덜 심하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신성 로마 제국의 카를 5세, 통일 스페인 제2대 국왕이었던 펠리페 2세, 카를로스 2세, 마리 앙투아네트 등이 있다.
특히 펠리페 2세는 윗니와 아랫니 교합이 맞지 않아 음식을 잘 씹지 못해 만성 위장 장애를 겪어 모든 음식을 갈아서 먹어야 했다. 또 윗니와 아랫니가 다물어지지 않아 발음도 부정확했다.
심지어 부정확한 발음 때문에 권위가 실추되자 업무를 서류로 결제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펠리페 2세 아버지 카를로스 1세 역시 입을 다물리지 않아 벌레를 먹어야만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합스부르크가 출신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도 '합스부르크립'을 가지고 있었다.
궁정화가들이 초상화를 미화시키는 작업을 거쳐 벌어진 입과 턱을 작게 표현했을 뿐 실제로는 입을 다물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합스부르크립'을 가진 왕족들은 자신들의 주걱턱을 가리기 위해 화려한 장식의 옷을 입거나 부채 혹은 머리 장식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스페인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 '합스부르크립'의 원인이 근친혼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명문가의 순수혈통을 보존하겠다는 목적으로 행해진 근친혼이 왕가의 유전병을 가져온 것이었다.
한편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병을 앓던 황실은 합스부르크 왕가뿐만이 아니다. 러시아의 로마노프 왕조 파국으로 몰고 간 유전병인 '혈우병'의 원인 역시 자신들의 혈통을 지키기 위한 근친혼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