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메이드 인 강남', '반인간선언', '특별관리대상자' 등의 전작을 통해 정치, 경제, 종교 권력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온 주원규 작가의 장편소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가 출간됐다.
'메이드 인 강남'이 강남 클럽을 6개월간 잠입 취재한 경험의 결과물이라면, 이번 신작은 작가가 2011년부터 10년 동안 꾸준히 만난 가출 청소년의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소설이다.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통찰하는 작가 특유의 날카로움과,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을 향한 뜨거운 연대 의식이 드디어 만났다.
주원규 작가는 가정 밖 청소년을 인터뷰해 '아이 괴물 희생자',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를 펴낸 바 있으며 그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청소년 시절을 떠올린다고 말한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상습적인 친족 성폭력을 견디다 못해 탈출을 감행한 주인공 예지의 이야기다.
집을 나온 그를 가장 먼저 반기는 이는 청소년의 성을 구매하려는 중년 남성이며, 예지는 다른 가출 청소년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하지만 랜덤 채팅앱으로 성매매를 시도하는 가출팸의 일원이 되고, 결국에는 실시간 스너프 필름에 출연하는 수모를 겪는다. 세상은 예지의 취약성을 끌어안기는커녕 돈벌이와 쾌락의 수단으로 이용할 뿐이다.
2019년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우리는 피해자의 대다수가 여성 청소년임을 알게 되었고 가해자가 잇따라 검거되었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기에 아직 갈 길이 멀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홀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가출 청소년이 성범죄에 휘말리기 쉬운 구조, 취약한 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어른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청소년 쉼터 등 우리가 제대로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가출 청소년의 실상을 적극 조명한다.
그들이 겪는 폭력을 모른 척 외면하거나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시할 때에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종식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