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지미영 기자 = 故 이태석 신부 제자이자 의사 토마스 타반 아콧이 한국에서 공부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지난 16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아프리카 남수단 출신 의사 토마스 타반 아콧의 인생 여정이 그려졌다.
이날 토마스는 "저는 이태석 신부님의 제자이면서 외과 전공의 1년 차 수련을 받고 있다"라며 자기소개를 했다.
토마스와 이태석 신부의 인연은 남수단 마을 톤즈에서 시작됐다. 당시 이태석 신부는 '브라스 밴드'라는 악단을 만들어 토마스를 비롯한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쳤다.
이후 토마스는 이태석 신부 옆에서 미사를 돕는가 하면, 진료 시 통역을 돕는 등 각별한 관계를 쌓아나갔다.
토마스는 환자를 따뜻하게 대하는 이태석 신부의 모습에 반해 의사의 꿈을 키웠다고.
그는 "신부님은 환자가 겁먹지 않도록 유쾌하게 진료를 보셨다"라며 "환자들이 처음에는 굳은 얼굴로 들어왔는데, 나갈 때는 웃는 얼굴로 나갔다"라고 회상했다.
토마스가 한국에 온 건 2009년도였다. 대장암 판정을 받은 이태석 신부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토마스에게 한국에서 공부해볼 것을 권유했던 것이다.
많은 고민 끝에 토마스는 한국 땅을 밟았고, 하루에 3시간씩만 자면서 공부한 끝에 2018년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토마스는 "휴일이 없었다. 쉬는 날은 오히려 공부하는 날이었다"라며 자신을 믿어준 이태석 신부에게 보답하고자 힘든 공부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안타깝게도 이태석 신부는 토마스가 한국에 온 지 1년 만인 2010년에 세상을 떠났다.
토마스는 "처음 한국에 오자마자 신부님을 찾았는데 제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 너무 수척해지셔서 말도 안 나오고 눈물도 안 나왔다. 신부님께서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웃는 얼굴로 맞아주셨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마치 아픈 사람이 아닌 것처럼 유쾌하게 농담하시고 저희를 격려해주셨는데 세상을 떠나실 때는 마치 아버지를 잃은 느낌이었다"라고 덧붙였다.
MC 유재석은 "참 안타깝다. 이런 분이 너무 빨리 하늘나라로 가셨다"라며 추모했고, 토마스는 "한국에서 의사가 된 게 기적이라 생각한다. 이태석 신부님이 걸은 길을 제가 걸을 수 있어서 영광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토마스는 한국에서는 성공할 수 있게 도와준 사람에게 학사모를 씌워준다는 말에 의대 졸업식 날 이태석 신부의 흉상에 학사모를 씌워드리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또 토마스는 스스로를 이태석 신부의 씨앗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씨앗이 죽지 않고 열매를 맺어서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씨앗이 되겠다"라며 "때가 되면 고국으로 돌아가서 그곳에 병원을 세우고 이태석 신부님이 했던 일을 제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이태석 신부는 1987년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2001년 신부가 돼 남수단 마을 톤즈에 병원을 세워 환자들을 치료하며 평생을 헌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