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3일(월)

"손주 인생에 해가 될까봐 그랬다"···조현병 앓는 40대 딸 살해한 78세 아버지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재유 기자 = 손주의 앞날을 걱정해 조현병을 앓는 40대 딸을 살해한 78세 아버지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9일 대구지검 포항지청과 포항북부경찰서에 따르면 78세 A씨는 지난 4월 20일 대낮에 자신의 40대 딸을 살해했다.


딸은 약 5년 전부터 자신의 아이와 함께 A씨 부부 집에 들어와 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A씨는 미리 준비한 노끈으로 딸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마대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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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와 그의 아내는 딸의 시신을 집 근처 야산에 묻기로 하고, 큰 구덩이를 팠다. 그러나 딸의 시신을 옮기는 과정이 쉽지 않았던 노부부는 결국 장의사를 불러 딸의 시신을 매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A씨 부부는 장의사에게 "자고 일어나니 딸이 죽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장의사는 집에서 병으로 죽어도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일렀고, A씨는 그의 말대로 다음날 오전 112신고로 딸의 사망을 알렸다.



A씨는 이때도 "자고 일어나니 딸이 죽어있었다"며 자신이 딸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숨겼다.


그러나 경찰은 딸의 시신에 목 졸린 흔적을 발견하고 A씨를 추궁해 자백을 받아냈다.


A씨는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조현병을 앓던 딸의 증세가 점점 악화됐고 딸이 낳은 손주의 앞날이 걱정돼 살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이가 많은 나와 아내가 먼저 죽으면 딸이 손주 인생에 해가 될 것 같아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딸을 살해한 이유를 고백했다.


실제로 A씨의 딸은 지난 2013년 처음 조현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정신과 전문의들은 A씨 부부가 조현병을 앓고 있는 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지 못해 이 같은 비극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7년 정신보건복지법이 개정되며 환자 본인의 동의 없이는 정신병원 입원이 어려워졌다.


가족 혹은 지인들의 강제입원을 막기 위해 법이 개정됐지만, 이로 인해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도 입원을 하지 못하게 되며 환자를 온전히 떠맡게 된 가족들의 부담이 커졌다.


이에 정신과 전문의들은 환자 인권을 존중하고 무분별한 강제입원을 막는 방안도 필요하지만, 환자가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진단이 내려지면 보호자의 동의하에 환자 동의 없이도 입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