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죄인처벌 준비중" 자동차·오토바이·컴퓨터 안 사준 아빠 잔인하게 살해한 조현병 아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사이트] 이원선 기자 = '그것이 알고 싶다'에 조현병 아들에게 살해 당한 아버지의 비극이 담겼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피해자가 사전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참혹한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 남양주 살인사건을 파헤쳤다.


5월 6일 오전 11시경, 경기도 남양주의 한 다세대주택 뒤편 화단에서 변사체가 발견됐다. 전날인 어린이날 휴일 아침에 집을 나섰던 60대 이성인(가명) 씨가 실종 하루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이 씨의 사망원인은 두개골 골절과 뇌내 손상. 누군가 이 씨를 둔기로 내리쳐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타살의 흔적이 뚜렷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범인은 시신이 발견된 지 5시간 후에 검거됐다. 그런데 범인은 다름 아닌 피해자 이 씨의 아들이었다.


이 씨는 아들만 혼자 두고 집을 떠나 노모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아들과 함께 살았던 피해자 이 씨가 아들을 혼자 두고 노모의 집으로 거처를 옮긴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 씨 매제는 "얘가 자꾸 살해위협을 하니까 집에 칼을 둘 수가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집 안 싱크대 환풍기 안쪽 구석에 있던 칼에는 아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죄인처벌 준비 중'이라는 심상치 않은 글귀가 적혀있기도 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이 씨 아들은 조현병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정신병력이 있던 아들이 아버지에게 살해 위협을 계속 하자 가족은 한달 전 112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경찰이 이 씨 집에 찾아왔으나, 아들은 "내가 아버지한테 욕한 것 밖에 없는데 왜 왔냐. 앞으로 잘 할거다"고 침착하게 답변하자 경찰은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고 한 달 후 비극이 벌어졌다.


그렇다면 아들이 아버지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살해위협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씨 매제는 "휴대전화가 정지되니까 아버지 휴대전화 몰래 쓰고 뭘 사고 했다. 휴대폰이 안된지 2,3년 정도 됐다. 자꾸 도박이나 하고 돈 빼서 쓰니까 컴퓨터도 없앴다. 차, 오토바이 사달라고 엄청 요구했다. 형편도 안되고 사고 낼까봐 들어주지 않았다. 대포통장을 주면 150만원 준다고 했는데 신용 불량자가 돼 돈 갚으라는 독촉을 엄청 받았다"고 밝혔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게다가 아들 이 씨는 범행을 저지르기 얼마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한 것으로 보였다.


아들은 해외 여행을 꿈꾸며 사진 찍고 시청에 방문해 여권을 발급받았다. 아들 이 씨가 도주 과정에서 옷을 구입한 매장도 우연히 들른 곳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메모에 브랜드와 구매 내역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의학과 전문가들은 아들 이 씨의 메모 곳곳에서 발견된 명령어는 환청을 받아적거나 답변한 내용, 그에 대한 피해 망상을 적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권일용 교수는 미리 준비해둔 칼이 아니라 벽돌과 통조림 캔을 사용한 것으로 볼 때 계획 범죄 보다 충동적이었을 것이라 봤다. 그는 "도구를 꺼내오거나 현장에 있는 물건들로 공격하게 된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반면 아들 이 씨의 경우 충동범죄를 저지른 조현병 환자들 사례와는 분명히 구별되는 특징도 있다. 권일용 교수는 "상당히 오랫동안 살인계획을 세웠다. 실행하기 전까지 수많은 결심을 곳곳에 기록해놨다"고 말했다.


범행 동기는 망상 자체가 아니라 현실 도피를 위해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었다는 지적이다.


이 씨의 친척들은 아버지를 잔인하게 살해한 아들으로 인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 씨 친척들은 집과 차에 자신의 이름이 적힌 이 씨 아들의 메모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를 보고 살해위협을 받아 이사 간 친척도 있었다.


만약 재판에서 이 씨가 심신미약을 인정 받는다면 예상 형량은 10년이다. 39살이면 다시 사회로 돌아오는 그를 누가 품어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