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1400년 전 백제 의자왕이 일본에게 선물한 한땀 한땀 수놓은 초호화 '바둑판'

Twitter 'RYYhVFYgCOXIjod'


[인사이트] 원혜진 기자 =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이란 없다"는 말이 있다.


약 1400년 전 백제의 전성기를 이끈 의자왕 역시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목화자단기국(木畵紫檀棊局). '자줏빛 나무에 그림이 새겨진 바둑판'이라는 의미를 지닌 멋진 백제의 바둑판 세트다.


목화자단기국은 의자왕이 신라가 당나라와 급격히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 위기를 느껴 일본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일본 권력자에게 보낸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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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azawa sakurada


현재 일본 나라 시에 있는 쇼소인(正倉院)에 소장된 일본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바둑판이다.


곱게 채색한 상아조각을 이용해 낙타, 악어, 아라비아 상인 등을 페르시아 스타일로 꾸며 해상 무역의 강자다운 백제의 미(美)를 담아냈다.


더욱 놀라운 건 바둑판의 서랍이다. 내부에 여닫이 장치를 설치해 한쪽을 열면 반대쪽도 열리도록 만들었다.


화려한 디자인은 물론 뛰어난 기술력까지 더해 섬세한 백제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kanazawa sakurada


​바둑판을 넣어 보관하는 금은귀갑감 표면은 거북 등딱지 모양의 육각형으로 장식되고 내부는 금박과 은박의 꽃무늬로 장식되어 있다.


바둑돌 역시 예사롭지 않은 포스다. 상아를 깎아 만든 바둑알에 한 땀, 한 땀 새 모양을 새겼다.


​화점(花點)은 오늘날 바둑판이 9개인 것과 달리 연꽃무늬로 17개가 장식되어 있는데 이는 한국 고유의 순장바둑과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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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락과 예술을 사랑한 의자왕다운 놀라운 미적 감각의 일면을 보는 듯하다. 


실제로 해당 바둑판을 받은 뒤 일본은 10만 개의 화살, 수군 170척, 2만 7천 명의 병력 등을 지원하며 백제 부흥운동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어쩌면 의자왕이 둔 한 수는 예술의 경지와 뛰어난 외교 정책을 보여주는 '신의 한 수'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