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머리 속에서 생각만 하면 핸드폰이나 컴퓨터에 글이 입력되는 기술이 개발 돼 화제를 모은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뇌파를 읽어 스마트폰에 글자를 입력하는 '뇌컴퓨터인터페이스(BCI)'기술이 개발한 미국 스팬퍼드대 프랜시스 윌렛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 교수 연구진의 논문을 발표했다.
BCI 기술은 신체보조 로봇을 착용하고 뇌의 신호에 따라 움직이거나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다.
그동안 머리 속 생각을 글로 옮기는 기술 개발이 여러 번 시도됐지만 수십개의 단어를 구현하는 데 그쳐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 연구진이 발표한 기술은 우리가 손으로 스마트폰에 글을 입력하는 수준인 분당 90자 속도로 글을 입력할 수 있다.
이 기술은 특히 자유롭게 신체를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고안된 기술이다.
사지마비 환자가 신체보조 로봇을 착용하고 뇌의 신호에 따라 움직이거나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자유롭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연구진은 실험에서 환자에게 마치 자신의 손이 마비되지 않은 것처럼 펜을 들고 종이에 글을 쓰는 것을 상상하도록 했다. 손은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뇌는 문자를 쓰기 위해 특정한 운동 신호를 보내는 능력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뇌의 신호를 읽어들이기 위해 환자의 뇌 양쪽에 작은 알약만한 크기의 칩을 각각 심었다. 각 칩에 달린 100개의 전극이 움직임을 제어하는 뇌 부위인 운동 피질에서 나오는 뇌의 신경 신호를 읽어 컴퓨터로 전송한다.
실험한 참가한 환자는 생각만으로 알파벳 소문자 26개와 구두점을 쓰는 연습을 수행했다. 각 글자의 모양이 모두 다른 만큼 글자마다 뇌는 각기 다른 신호 패턴을 보였다.
환자가 문자 쓰기를 수 차례 반복하자 BCI는 인공지능(AI) 구현 기술인 기계학습을 활용해 글자로 정확히 변환했다. 윌렛 교수는 "손글씨 동작은 동작 속도가 바뀌고 곡선 궤적이 많아 복잡해 보이지만 AI를 적용해 더 빠르게 해석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환자는 문장을 보고 그대로 옮겨 쓰는 시험에서 분당 90자를 입력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60대가 스마트폰 문자를 입력할 때 평균 속도인 분당 115자와 유사한 수준이다.
자유 글쓰기에서도 분당 78.3자를 입력했다. 19자를 쓰는 동안 한글자만 틀릴 정도로 정확도도 높았다. 스마트폰 키보드의 오타 수정 기능을 도입하면 오타율은 1% 이하로 떨어졌다.
연구진은 앞으로 말하는 능력을 잃은 마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서도 이 기술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윌렛 교수는 "필기 BCI라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열었다. 신경학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