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누나, 못난 동생이 진실을 밝히려면 이 방법밖에 없네. 미안해. 항상 동생 걱정하며 힘줘서 고마워, 사랑해"
지난 6일 뉴스타파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롯데칠성의 탈세 의혹을 국세청에 신고했다가 오히려 횡령과 공갈 혐의로 구속된 영업사원 A씨가 쓴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장에서 A씨는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매일 새벽에 구치소에서 울면서 고민했습니다"라며 "억울해도 그냥 2년 교도소에서 살아야 하나, 아니면 죽음으로라도 진실을 밝혀야 하나"라고 했다.
2006년 롯데칠성의 영업사원으로 입사한 A씨는 열심히 일했으나 실적보다 높은 목표 판매치에 결국 '가판'을 잡고 수억 원대의 빚을 지게 됐다.
가판이란 '가상 판매'의 줄임말로 실제 물건을 판매하지 못했을 때 할당된 목표를 채우기 위해 팔지 않은 물건을 팔았다고 전산으로 기록하는 걸 의미한다.
문제는 실제로 판매하지 않은 물건을 판매했다고 기록했기 때문에 판매 대금은 영업사원이 납입해야 한다. 가판을 잡은 금액은 고스란히 영업사원의 빚이 되는 것이다.
A씨가 일한 지점은 계속해서 목표를 채우라고 독촉했고 A씨는 할당량을 맞추기 위해 가판을 잡으면서 빚이 쌓였다.
A씨는 지점에 더이상 가판을 잡는 건 무리라고 하소연하기도 했지만 그의 상사는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가판을 잡으라고 독촉했다.
무리한 가판에 시달리던 A씨는 판매 대금을 내기 위해 저축은행, 캐피탈 같은 곳에서 돈을 빌렸고 그 빚은 수억 원에 이르렀다. A씨 누나는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돈을 버리는 회사를 왜 다니냐"고 했다.
A씨는 관리직이 되면 가판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애들 학자금 나올 때까지만 버티자는 생각이었지만 수억 원의 빚을 진 A씨는 결국 본사 채권조사팀에 가판을 요구하는 지점을 신고했다.
A씨가 계산한 손해 금액은 4억 7천만 원, A씨는 회사에 손해 금액 전액을 보전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상사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한 A씨의 잘못도 있다면서 서로 손해를 보는 선에서 합의를 하자고 요구했다. A씨는 미수금 2억 원을 탕감하고 위로금 1억 6천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빚을 정리하는 것과 별개로 A씨는 일을 계속하게 해달라고 했다. 협의 끝에 다른 지점에서 배달을 할 수 있는 지입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회사가 약속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로 인해 이가 모두 내려앉아 틀니를 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일자리를 주겠다는 회사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지난 2019년 1월 국세청에 가서 자신이 영업하면서 결재하고 수금했던 자료를 모두 넘겼다. 반년이 지난 끝에 국세청은 롯데칠성에 탈세 혐의로 493억 원의 추징 세금을 부과했다.
그리고 A씨의 비극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탈세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 받은 롯데칠성은 A씨를 공갈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아버지는 응급실에 실려 갔다가 숨졌고, A씨는 2020년 12월 15일 징역 2년 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A씨의 누나는 해당 매체에 가장 후회되는 일이 동생을 롯데칠성에 들어가지 말라고 말리지 못한 것이라고 답했다.
A씨의 동료 중 한 명은 롯데칠성이 한 소송은 다른 영업사원들에게 너희들이 회사를 이렇게 나가봐야 다 이런 식으로 엮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본보기'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은 관련한 사안에 대해 "판결이 예정된 사건에 답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검찰은 2심에서 A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2심 선고는 오는 5월 14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