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혼사 사는 여성들 사이에서 이른바 '택배 포비아'가 커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태현이 택배 송장을 보고 피해자의 집 주소를 알아낸 뒤 범행을 저질렀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부터다.
김태현은 피해자와 온라인 게임 모임에서 3차례 만난 게 전부였다. 이런 그가 피해자 집 주소를 알아낸 건 피해자가 찍은 사진 속에 우연히 담긴 택배 송장 때문이었다.
사건 이후 혼자 사는 여성들의 공포감은 더욱더 커졌다. 이에 트위터 등 각종 SNS에서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택배 송장 처리법 등이 공유되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택한 방법은 다이소에서 7,900원을 주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가정용 파쇄기다.
파쇄기라고 하면 보통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파쇄기는 수동으로 택배 송장, 영수증, 우편물, 약 봉투 등 비교적 작은 사이즈의 종이를 수동으로 파쇄하는 기기다.
쉬운 방법으로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부각된 듯하다.
일부 누리꾼들은 송장에 담긴 정보를 감춰주는 롤러스탬프를 사용한 뒤 파쇄기를 이용하면 확실하게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개인 SNS 계정을 폐쇄하거나 택배 속 수취인 이름을 남성적인 이름으로 바꾸는 등의 방법이 소개되고 있다.
여성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통계 자료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여성 1인 가구의 57%가 '범죄 발생에 불안하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적으로 범죄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보다 우선적으로 여성들이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사회 제도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