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9일(화)

'자가격리자'라 거짓말하고 당근마켓서 아이패드 훔쳐 도망친 초등학생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vN '라이브'


[인사이트] 김재유 기자 = 사기를 쳐 아이패들 훔치려다가 딱 걸린 초등학교 4학년 학생. 


피해자는 처벌을 강력하게 원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그 아이가 이른바 '촉법소년'이었기 때문이다. 


3일 각종 커뮤니티에는 당근마켓 거래 도중 사기를 당한 한 이용자의 억울한 사연이 게재됐다. 


사연에 따르면 A씨는 당근마켓에 올려뒀던 아이패드 거래 문의가 와서 거래를 위해 집에서 10분 가량 떨어진 한 아파트 단지로 향했다. 


단지 앞에 도착해 연락을 한 그는 구매자에게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다. 


A씨가 공개한 구매자와의 대화 내용 / 온라인 커뮤니티


바로 자신이 코로나 자가격리자라 나갈 수 없으니 문 앞에 놓아 달라는 것. 의심스럽고 귀찮았지만 빨리 팔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구매자의 요청대로 문 앞까지 올라갔다.


도착해서 초인종을 누르니 구매자는 또다시 본인은 나갈 수가 없으니 문 앞에 아이패드를 두고 가면 돈을 입금 하겠다고 했다.


이에 A씨가 "내가 어떻게 믿고 물건만 두고 가냐"며 물으니 구매자는 본인이 문 밖에 나가서 A씨와 마주치면 비말 등 코로나 감염 위험성이 있으니 믿고 놓고 가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찜찜했지만 그의 말도 일리가 있어 A씨는 아이패드를 문 앞에 두고 1층에서 기다렸다.


어디냐고 묻는 구매자에 지하 1층 사진을 찍어 보내주고는 지하 1층과 1층 사이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리고 있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OCN '미씽: 그들이 있었다'


10분 정도가 흐른 뒤 갑자기 센서등이 켜지더니 한 학생이 A씨의 아이패드를 들고 뛰쳐나가고 있었다.


직감상 아이패드를 훔쳐 도망친 거라는 걸 느낀 A씨는 놀라서 뒤따라 뛰어나가다 계단에서 넘어지기까지 했다.


그사이 멀리 달아난 학생을 놓쳤다고 생각하던 A씨는 재활용품 분리수거장 구석에 있는 학생을 잡았다. 아이패드는 옆에 있던 쓰레기통에서 발견됐다. 


정신을 차려 학생의 얼굴을 보니 생각보다도 훨씬 앳되길래 A씨는 그에게 부모님의 연락처를 물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vN '라이브'


역시나 학생은 답이 없었고, 결국 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학생을 인계하고 지구대로 데려갔다;


경찰 조사 결과 학생은 초등학교 4학년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문제는 학생이 촉법소년에 해당돼 범행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촉법소년이란 형사 책임 능력이 없어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 받지 않고 보호 처분 대상이 되는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을 말한다.


학생 부모는 물론 경찰까지 나서서 A씨에게 어린 학생이니 한번 봐주라는 말 뿐이었다.


결국 A씨는 학생 부모 전화번호만 하나 받은 채 아무런 소득 없이 경찰서를 나올 수 밖에 없었다.


A씨는 "넘어지면서 무릎만 다치고 핸드폰 강화유리만 깨졌다"며 "본전도 못 찾고 너무너무 분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가 공개한 통화 내역 / 온라인 커뮤니티


한편 촉법소년을 악용해 10대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10대들이 일명 '짝퉁' 명품을 중고거래를 통해 판매해 걸리면 발뺌을 하다 결국 거래가의 90%만 돌려주고 10%를 손에 쥐는 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억울하게 당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그들이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처벌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이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반복됨에 따라 제도를 폐지하거나 적용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