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음식을 일부러 '옆집'에 배달시킨 뒤 내 음식을 받지 못했다며 낸 돈을 돌려받는 이른바 '쿠팡 거지' 사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배달 사고가 일어날 때 소비자 탓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음식값을 배달 기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시스템상 헛점을 노린 것이다. 

이 때문에 배달 기사들의 하소연이 늘고 있다.

최근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쿠팡 거지 때문에 억울하다는 글이 곳곳에 올라왔다.

한 글쓴이는 배달업에 종사하는 지인이 며칠 전 서울 강남 모 오피스텔에 배달을 마친 뒤 격은 황당한 일을 전했다.

쿠팡이츠 배달 기사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비대면으로 현관문 앞에 음식을 배달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30분 뒤 고객이 음식을 받지 못했다는 고객센터의 전화를 받았다.

고객센터에서는 "고객이 음식을 받지 못해 환불 및 취소 요청을 했다"라며 A씨가 음식값과 배달 비용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통보했다.

A씨는 배달 과정에서 실수가 없었다고 확신했다. 그는 "환불 비용은 낼 테니, 잘못 배달된 음식은 다시 가져오겠다"라고 전한 뒤 현장을 확인했다.

현장을 다시 방문한 그는 배달한 집 앞에 음식이 없는 걸 확인 했고, 경찰에 신고해 오피스텔 폐쇄회로(CC)TV를 돌려봤다.

영상에는 A씨가 배달을 끝내자 한 남성이 나타나 음식을 챙겨가는 모습이 담겼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배달한 집의 현관문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즉 문도 열어보지 않았는데 음식이 없다며 고객센터에 신고 접수를 한 것이다. 

해당 글을 본 동종업자들은 "일부러 다른 주소로 주문을 하고 음식을 챙긴 뒤, 고객센터에는 배달을 못 받았다고 환불 요청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해당 사연이 전해지자 커뮤니티에는 비슷한 일을 겪은 동종업계 사람들의 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고객이 음식을 받지 못했다고 할 경우 증거 사진이 없으면 배달 기사에게 변상 책임을 묻는 쿠팡이츠의 정책을 노렸다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한 누리꾼은 "배달을 끝내고 3시간쯤 지나 받지 못했다고 따지는 고객도 있었다"라며 "다행히 사진을 찍어둬서 '사진도 찍어놨다'고 하니 말을 바꾸는 고객도 있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실제로 배달 기사들은 '쿠팡 거지'로 의심되는 주소지를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공유하며 '블랙리스트'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듯 운영 정책을 악용해 음식값을 떼어먹는 고객의 경우 서비스 이용 제한 등을 통해 확실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