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4일(금)

태종 이방원이 자기 '고향 사람'을 도륙···역사 왜곡 선 넘은 '조선구마사' 장면

SBS '조선구마사'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조선 초기를 배경으로 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역사 왜곡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성군으로 알려진 태종을 폭군처럼 묘사한 장면이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22일 방송된 '조선구마사' 1화에서는 태종이 악령에게 영혼을 지배당한 생시와의 혈투를 벌이는 장면이 담겼다. 


함주성을 배경으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태종은 생시들을 섬멸한다. 백성들이 환호하고 있는 이때 태종의 아버지인 이성계가 환영으로 나타나 "방원아, 네 동생 방석의 피다"라고 말한다. 


이에 두려움을 느낀 태종은 죄 없는 백성들을 죽이고 또 죽였다. 잔인한 살육 장면에 시청자들은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SBS '조선구마사'


방송 첫 장면에서 "본 드라마의 인물, 사건, 구체적인 시기 등은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며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알려드립니다"라고 고지했지만 시청자들은 역사와 전혀 개연성 없는 태종의 살육 장면을 비판했다. 


드라마 속 장면은 왕자의 난으로 어린 동생을 살해한 뒤 왕위에 오른 태종이 겪었을 심리적 압박감을 표현한 것이었으나, 태종이 실제 펼쳤던 백성을 위한 정책과 너무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실제 태종은 아버지인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건국했을 뿐만 아니라 왕권의 기틀을 마련하고 백성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펼쳤던 군주였다. 


백성들이 억울한 일을 직접 해결해주기 위해 대궐 밖에 신문고를 설치했으며, 억울한 노비는 조사해 해방시켰다. 오늘날 주민등록증과 같은 '호패법'을 만든 인물도 태종이다. 


SBS '조선구마사'


드라마 속 배경이 된 함주성은 태종의 고향이기도 하다. 


함흥으로도 알려진 함주는 태종의 고조할아버지인 익조 때부터 살아왔던 곳으로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이성계는 이곳 함주에서 대대로 살아왔고, 백성들은 그를 부모처럼 우러러보았다고 한다. 


즉, 조선구마사는 태종을 고향의 백성까지 살해한 잔인한 폭군으로 묘사한 것. 


결국 전주이씨 종친회는 '조선구마사'아 관련해 "역사의 실제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왜곡해 방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다수 국민들과 세계인이 조선왕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잘못된 역사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로 해당 방송국과 제작진에 강력한 대응책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했다. 


SBS '조선구마사'


역사 왜곡 논란이 끊이지 않자 금성침대, 혼다코리아, 한국간편결제진흥원, 블랙야크, 쿠쿠, 삼성전자 등은 '조선구마사'의 광고 편성을 중단했다. 


제작 지원 기업인 쌍방울, 탐나종합어시장, 호관원도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장소 협찬에 나섰던 경북 문경과 전남 나주도 제작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SBS 및 제작사 측은 "현재까지 방송된 1, 2회차 VOD 및 재방송은 수정될 때까지 중단하겠다"며 "다음 주 한 주간 결방을 통해 전체적인 내용을 재정비하도록 하겠다"고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