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재유 기자 = 20살, 부푼 꿈을 안고 체대에 입학한 한 대학생이 동아리 선배의 강요 때문에 사지마비가 된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폭피해로 사지마비가 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사연이 게재됐다.
사연에 따르면 글 작성자의 동생 A씨는 5년전 치열한 입시 전쟁 끝에 꿈꾸던 체대에 입학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은 20살 새내기 답게 수영을 배우고 싶어 수영 동아리에 가입했다.
수영은 전혀 할 줄 몰랐고 말 그대로 배우기 위해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선후배·동기들과 함께 수영을 배우며 즐거운 동아리 활동을 할 줄 알았던 그의 꿈은 얼마 못가 산산조각 나버렸다. '학폭'을 당할 줄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A씨는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여름방학에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수영동아리의 전통인 어린이대공원 수영장 안전요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안전요원 알바 3일차 휴식시간, 동아리 3학년 선배 한명이 신입생들을 집합시켜놓고 한 손을 들어올리고 한 손은 다리에 붙인 일명 '슈퍼맨' 자세로 다이빙을 하라고 지시했다.
슈퍼맨 자세로 다이빙을 시킨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다이빙을 하라고 시킨 수영장 수심이 120cm밖에 되지 않는 어린이용 수영장이었다는 사실이다.
체대 동아리 선배의 지시는 1학년이었던 A씨의 동생에게는 무조건 들어야하는 '명령'이나 마찬가지였고, 동생은 선배의 지시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동생은 결국 선배의 지시에 따라 슈퍼맨 자세로 열발자국 뒤에서부터 뛰어오며 수심 120cm 수영장에 뛰어들었다.
180cm가 넘는 동생은 다이빙을 하던 중 수영장 바닥에 부딪히며 목이 부러지며 경추가 망가졌고 영구 사지마비 판정을 받았다.
꿈과 희망을 모두 잃고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체대도 더이상 다닐 수 없게 됐다.
글 작성자는 "그 수영 동아리는 군기로 악명이 높은 곳이었다"며 "사고 전에도 신입생들의 기강을 잡는다고 고무로 된 수영모가 늘어날때까지 술을 담아 강제로 먹이고 빈 강의실에 집합을 시켜 천장을 보고 있게 하기도 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동아리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이유없이 욕설을 퍼붓는건 기본이었던 만큼 선배의 한마디에 후배들은 그저 기계처럼 복종할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동생이 어떻게 반항을 했겠냐"는 A씨는 이 사고보다 더 화가나는 것은 법원의 판결이라고 했다.
법원에서는 A씨의 동생이 성인이고 거절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다는 이유로 선배의 과실이 전혀 없다고 판결을 내렸다.
열심히 재활하던 동생도 옆에 같이 아파하며 곁을 지킨 가족들도 법원의 이러한 판결에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면서 "동생이 치료를 받는 동안 슈퍼맨 자세 다이빙 지시를 했던 선배는 동아리 사람들을 만나서 그 사람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 선배편에서 동생이 거절할 수 있었다는 증언을 하게 만들었다"고 분노했다.
동생의 동기들도 선배 무리에 맞서 동아리내 선후배간 강압적인 분위기가 있었다고 증언했지만 결국 법원은 그 말은 모두 무시한채 선배의 손을 들어줬다.
끝으로 A씨는 "더이상의 학교폭력을 막아달라"며 "선배들의 말도 안되는 강압적이고 수직적인 체육대학 문화를 바꿀 수 있게 도와달라. 앞으로는 동생이 겪어야 했던 사고, 아픔을 더이상 아무도 겪지 않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A씨의 사연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며 누리꾼들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사연에 SBS 궁금한 이야기 제작진팀도 "도와드릴 수 있는 점이 있을지 상의해보고 싶다"며 연락처를 남겼다.
뿐만 아니라 해당 사연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와 21일 오후2시 기준 1,614명의 동의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