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다솜 기자 = 철거를 앞둔 원주의 한 재개발주택지역에서 불이 나 필리핀 다문화 가족의 할머니, 어린 남매가 세상을 떠났다.
석유 난로에서 시작된 불이 이웃집으로 번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숨진 할머니가 불편한 몸에도 손주들과 나눠 먹기 위해 매일 복지관에서 도시락을 타간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1일 채널A '뉴스A'는 지난달 31일 오전 3시 5분께 발생한 강원 원주시 명륜동 주택 밀집 지역 화재 사고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숨진 필리핀 국적의 70대 할머니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매일 복지관에서 도시락을 타왔다.
자신에게 지급된 1인분 남짓한 분량이지만 어린 외손주 남매와 나눠 먹은 것이다.
이웃들은 "매일 공동체에서 도시락을 얻어다 먹고, 다리도 절름절름하고 아프다고 했다", "변을 당한 다문화가족이 생활고를 겪어왔다"고 매체에 말했다.
밥상공동체 사회복지관 하태화 부장은 "(도시락을) 받으러 길 건너오시면서 손 흔들던 모습이 사실은 오늘도 눈에 선하다. 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3년 전 필리핀에서 한국의 딸 가족에게 온 할머니는 사부인과 함께 잘 지냈지만, 친구처럼 지냈던 사부인이 지병으로 사망한 뒤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고 전해졌다.
설상가상으로 필리핀인 딸도 최근 직장을 잃은 상태라고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합동 감식을 실시한 데 이어 할머니와 손주의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