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지난 10월 13일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가 아동학대 끝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아이가 목숨을 잃기 전 3차례의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으나 경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조처를 하지 않거나 무혐의 처분을 내려 논란이 일었다.
최근 해당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지난 11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한 경찰관이 올린 글 또한 주목받고 있다.
이 글에서 경찰관 A씨는 "진짜 답답해서 적는다"라며 "의심만으로 부모를 잡아넣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A씨는 먼저 아동학대 사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이가 맞은 흔적이 있으나 부모가 때렸다는 걸 증명하기가 쉽지 않고, 피해 아동이 어리면 진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동 학대 전문가나 담당 공무원들이 협조적이지 않으면 경찰이 가정 내에서 일어난 아동 학대 사건을 수사하기가 어렵다는 게 그의 주된 요지였다.
A씨는 "애초에 (아동학대 관련한 조사를) 못하는 걸 안 했다고 비난하고 이걸 사명감 결여나 소극적인 대처를 갖다 붙여서 욕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법이 그렇다. 법이. 이런 거(가정 내 아동 학대 사건) 터지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며 "우리는 법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는 집행기관이지 입법 기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비판하는 댓글이 달리자 그는 "사람들이 욕하는 사건 90%는 경찰 잘못 없음. 전부 잘 근무하고 있는 중이고, 실무랑 국민 법감정은 구분 좀 하자"라고 반박했다.
A씨는 경찰에 한계를 지적했지만 누리꾼들의 여기에 공감하지 못했다. A씨가 한 일련의 주장이 책임회피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A씨를 향해 "이 말대로라면 이 나라에 아동학대범으로 잡혀가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며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정인이의 경우 3차례의 의심 신고가 있었다. 첫 번째는 멍 자국을 발견한 어린이집 선생님이 신고했지만 양부모는 "오다리를 교정해주기 위해 마사지를 해줬다"고 진술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 증거가 없다며 정인이의 부모를 되돌려보냈다.
한 달 후에 정인이가 차 안에 방치돼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아이를 혼자 둔 적이 없다"는 양부모의 말에 결국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세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의 상태를 살펴본 소아과 원장이 영양 상태가 부실해 보인다고 신고했으나 경찰은 아동학대 정황을 찾지 못했다며 다시 되돌려보냈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허점 때문에 발생한 사건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비상대책들이 법적으로 최소한의 근거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제도는 있지만 경찰이 이를 활용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A씨의 주장과는 상반된다.
누리꾼들은 정인이 학대 사건을 맡았던 양천경찰서를 향해 "정인이를 죽인 공범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천경찰서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는 "정인아 미안해", "담당 경찰관을 살인죄로 기소 요청합니다", "방광자들"이란 글이 다수 올라왔고, 한때는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1월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양천경찰서를 대상으로 감찰을 진행해 사건 처리와 관계된 경찰 12명에 대해 무더기 징계 처분을 내렸다.
아울러 아동학대 신고가 2회 이상 들어오고 아이의 몸에 상처가 있을 경우 무조건 분리조치를 하겠다는 대처방안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