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정부가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모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민간인을 학살한 내용은 하나도 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자칫 국민들에게 편향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사업엔 국민 세금 약 400억원이 투입됐다.
23일 대전 동구는 최근 6·25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진실과 화해의 숲' 국제 설계 공모 당선작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공모위원회 공식 홈페이지에서 주최 측은 '공모 배경'을 설명하며 6·25 민간인 학살이 대부분 유엔군과 국군에 의해 자행된 것처럼 설명했다는 것이다.
주최 측은 "북측 민간인 희생자 150만명 중 약 90%는 대부분 미군 네이팜탄 공습으로 인한 소사자(불에 타 숨진 사람)와 댐 파괴로 인한 익사자들인 반면 남측 민간 희생자들은 놀랍게도 군경과 적대적 민간인들에 의한 대량 학살로 죽어갔다"고 서술했다.
여기서 주최 측은 북한의 민간인 학살 범죄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천상륙작전 이후 북한군이 퇴각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수십, 수천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대한민국 통계연감'에 따르면 남한 지역 민간인 학살 희생자는 12만8000여 명이다. 상당수가 북한군 소행으로 추정된다.
공모 배경 설명만 보면 마치 민간인 학살 책임이 모두 한국 정부에 있다는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6·25의 성격을 북한의 불법 남침(南侵)이 아니라 '내전'으로 규정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6·25 내전'은 북한과 수정주의 사관 추종자들이 '북한의 침략 전쟁, 남침'을 왜곡하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다.
주최 측은 "일본 제국주의 강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한민국을 수립한 지 2년 만에 한반도에서 발발한 전쟁은 짧은 기간 최대의 인명 피해를 세계사에 기록한 내전"이라는 표현을 썼다.
'진실과 화해의 숲'은 2010년 진실화해위가 1기 사업을 마무리하며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과 위령시설 건립 등을 정부에 권고함에 따라 추진된 사업으로, 사업비만 402억원이 투입됐다.
논란에 대전 동구 측은 "공모의 총괄 기획을 맡은 명망 높은 전문가의 글을 수록한 것인데, 함부로 수정할 수 없었다"며 "6·25에 대한 그런 식의 서술에 결코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