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친구 기다리는 중"
지난달 초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한 게시판에는 같은 제목, 비슷한 내용의 글이 반복해서 올라왔다.
올라오는 시간대가 정해져 있진 않았지만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같은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글의 내용은 단순했다. "친구를 기다린다", "언제 오냐"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제목은 가끔 'ㅋㅋ'가 붙기는 했지만 늘 "친구 기다리는 중"이었다.
유머나 가십거리 위주의 글이 주로 올라오던 해당 게시판에 이 같은 반복글이 올라오자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의미 없는 중복글 올리지 마라", "'관종'이냐", "유머글이나 올려라" 등 조롱과 비난이 이어졌다.
작성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꾸준하게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고 이는 최근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게시판 이용자들의 관심도 시들해질 즘, 지난 19일 조금은 다른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제 친구 안 기다려도 됨"
평소와는 다른 제목의 글이 올라오자 한동안 관심을 끊었던 이용자들도 호기심에 그 글을 클릭해 들어가 봤다.
지난 19일 올라온 이 글을 읽게 된 이용자들은 왜 그동안 그가 같은 내용의 글을 반복해서 올렸는지 깨닫게 됐다.
올라온 글에는 "친구가 11월 3일에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47일 만에 깨어났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알고 보니 '친구를 기다린다'는 말은 만나기로 약속한 친구가 자신을 바람 맞혔다는 뜻이 아니었다.
큰 교통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져 사경을 헤매고 있는 친구가 의식을 되찾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친구가 깨어나기를 기원하며 47일 동안 마치 '일기'를 쓰듯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린 것.
사고를 당한 친구는 폐, 간, 십이지장 등에 큰 내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얼마 전 의식을 되찾아 작성자와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제야 이야기의 전말을 알게 됐다는 반응이 나옴과 동시에 다친 친구를 향한 그의 진정한 우정이 느껴졌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다행스럽게 깨어난 친구의 쾌차를 빌며 "이제 다시는 친구를 기다린다는 내용의 글을 올릴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