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전 질병관리본부장이 코로나19 대유행에 앞서 백신과 치료제의 중요도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백신 전쟁에서 실기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책임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2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문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에서 백신과 치료제를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2월 2일 청와대 방역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했다. 그가 백신과 치료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건 회의 중간 무렵이었다고 한다.
또 이 교수는 회의가 끝나려는 순간에 "잠깐만요"라고 외치며 "감염병은 반드시 과학이 승리하게 돼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있어야 모든 게 해결된다"고 재차 강조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당시 백신의 중요성을 말했는데, 그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지나갈 것 같아서 종료 직전 다시 얘기했고,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매체에 말했다.
다만 당시 문 대통령은 여기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교수는 6월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도 참석했다.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보건의료혁신 태스크포스 위원장 자격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 교수는 비슷한 취지의 제안을 했으나, 일부 참모가 화제를 돌리거나 백신에 대한 언급을 의도적으로 피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2009년 신종플루 때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아 성공한 방역을 이끌었다. 백신과 치료제(타미플루·리렌자)를 적시에 내놔 조기 진화에 기여했다.
이 교수는 "11년 전 신종플루를 경험한 사람이 거의 다 떠나고 없어서 그런지 백신 개발과 확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여권 고위 관계자는 "당시는 코로나19 초기라서 백신 도입의 시급성이나 중요성이 지금과 비교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