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가 최근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지난 세월과 고초를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수사 오류가 인정된 만큼 최대한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다만 보상에 대한 윤씨의 입장은 부정적인 편이다. 과거 그는 보상금 액수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자 "보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게 싫다"며 "만약 누가 20억원을 줄 테니 감옥에서 20년을 살라고 하면 살 수 있겠나"라며 일침을 날린 바 있다.

지난 17일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이 사건 재심 선고 공판에서 "과거 수사기관의 부실 행위로 잘못된 판결이 나온 것"이라며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그가 받게 될 형사보상금 규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 관계자들은 윤씨가 형사 보상금에 더해 정신적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경우 20억원에서 40억원 가량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윤씨는 보상금 문제에 대해 아직 뚜렷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날 무죄 판결 후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생각해본 적 없다. 살면서 생각해 보겠다. 보상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오히려 그는 보상금에 관심이 쏠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 드러낸 적도 있다.

앞서 지난 9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윤씨는 그의 보상금에 관심이 쏠리자 "100억원, 1000억원을 준다 한들 내 인생과 바꿀 수 있겠느냐"며 "만약 '20억원 줄 테니 감옥에서 20년을 살라'고 하면 살 수 있겠나. 보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게 싫다"고 말했다.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성폭행범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는데, 그 세월을 어떻게 금전으로 보상받을 수 있겠냐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 한 집에서 13세 여아가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자백해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이후 윤씨가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