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8일(월)

"군대에서 몽유병 환자에게 맞아 '실명'이 돼버렸습니다"

MBN


[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피눈물이 나고 울화통이 터져 참을 수가 없습니다"


군 복무 중 몽유병 환자에게 폭행을 당해 한쪽 눈을 잃은 피해자가 법적 한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015년 몽유병 병사에게 피해를 입은 박상병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 A씨는 "23살에 입대해 군 복무를 마쳤지만, 도중에 불행한 사고를 당해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라며 "황당한 법 때문에 억울한 사정에 처했는데 제 호소를 들어 달라"고 운을 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seBank


사건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분대장 교육을 위해 신병교육대대로로 파견을 가게 됐다. 당시 A씨의 옆자리에는 극심한 몽유병을 앓던 한 병사가 자리했다.


파견 이틀차가 되던날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A씨는 잠이 들었다. 잠이 든 것도 잠시 A씨는 극심한 고통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A씨는 "누군가가 몸 위에 올라타서 제 팔다리를 제압하고 마구 때리고 있었다"라며 "왼쪽 눈에 아예 감각이 없고 뭔가 액체가 터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는 관물대를 두드려 간부들에게 구조 요청을 했다. 그의 상태를 확인한 당직사관은 박 씨를 사단 의무대로 보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seBank


당시 군의관은 A씨의 눈을 보고 '안와골절'을 의심했다. 그는 "후송이 어려우니 내일 오전에 국군수도병원으로 보내주겠다"라고 답했다.


다음날 국군수도병원에 간 A씨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게 된다. 


군의관은 "실명할 수도 있는데 왜 이제 오냐"라며 "즉시 수술이 필요한데 군 병원에선 전문적 수술을 할 수 없으니 민간병원으로 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군수도병원의 진단에도 부대는 A씨를 민간 병원으로 후송하지 않았다. 


A씨는 "부대에서는 우선 복귀해야 한다고만 했다"라며 "급하게 연락받고 온 아버지가 강하게 항의하고 나서야 나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민간병원에 도착한 A씨는 '망막 진탕', '좌안 망막하 출혈', '좌안 외상성 홍채염' 등을 진단받았다. 출혈이 일어난 곳은 이미 피가 굳기 시작했고 임시방편을 취했지만 결국 왼쪽 눈을 잃고 말았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seBank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신과 함께'


A씨는 이 사고 이후로도 4개월간 추가 복무를 한 뒤 만기 전역했다. 그는 "부대는 제가 황당한 폭행사고를 당해도 그저 은폐하기 급급했다"라며 "몽유병 있는 걸 알면서 군 복무를 시킨 소속 부대에 화가난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알고 보니 A씨를 폭행한 병사의 몽유병약 또한 부대에서 관리하고 있었지만 '실수'로 내주지 않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역 후 국가는 저를 진상 피우는 민원인 정도로 취급했다"면서 "국가유공자 등을 지정해줄 수 없다고 하더니 그보다 낮은 등급의 국가보훈대상자를 지정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 이런 업무를 처리하던 사람들은 우선 보상을 받고 나중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면서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제 눈을 다시 찾고 싶다"면서 "어린 나이에 이런 장애를 가지고 일을 하기가 여의치 않다. 법 제도가 이상하고 이 현실에 피눈물이 난다"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