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8일(월)

23일 전, 확진자 300명대 나올 때 대한감염학회가 정부에 간곡히 요청한 2가지

뉴스1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학계·전문가와 보다 긴밀한 논의 구조를 만들기 바란다"


확진자가 300명을 돌파하며 '3차 재유행' 이야기가 나오던 11월 말 즈음. 대한감염학회는 정부에게 간곡히 호소하며 한 말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확진자 1천명 돌파에 시민들은 지난달에 대한감염학회가 한 호소를 정부가 진지하게 귀담아들었어야 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11월) 20일, 국내 코로나 확진자 386명이 나온 날 대한감염학회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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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감염학회는 300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확진자 발생 상황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효과적인 조치가 없다면 확진자는 1천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 11일 확진자가 950명이 나오며 1천명에 육박하더니 어제(12일)는 급기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숫자인 '1,030명'이 나왔다.


당시 학회는 고위험군에게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더 높아지고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자원이 빠르게 고갈되고 경고했는데, 이것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현재 요양병원에서 발생하는 확진자가 적지 않으며, 전 지역이 병상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의료 체계 붕괴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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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정확하게 예상했던 학회는 당시 두 가지 제안을 했다. 하나는 방역 조치를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학계·전문가와 보다 긴밀한 논의 구조를 만들기 바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모두 학회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많은 전문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에서 곧바로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정부는 수도권만 2.5단계로 조정했을 뿐이었다.


결국 1천명이 돌파한 뒤에야 오늘 오후 3시 중대본 회의를 예고하며 3단계 격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민들은 학회의 마지막 요구조차 당국에게 외면당했다고 보고 있다. 학계·전문가와 긴밀하게 논의했다면 지금 상황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거라 보는 것이다.


대한감염학회뿐 아니라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등 11개 학회가 같은 의견을 개진했는데 전혀 반영이 안 된 걸 보면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지금이라도 전문가의 의견을 귀를 기울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K-방역을 전면적으로 홍보하는 건 이제 그만하고 전문가와 합심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어제(12일) 코로나 확진자는 1,030명이 나왔다. 이는 국내 코로나 창궐 뒤 첫 1천명을 넘은 것이며 '역대 최대'이기도 하다. 


※ 다음은 대한감염학회 등 11개 학회가 발표한 성명문 내용 전문이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급증과 관련된 전문학술단체 성명서2020년 11월 20일 현재 국내 일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가 363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큰 유행이 발생한 이후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던 코로나19 상황은 최근 2주간 다시 급격히 악화되는 양상입니다. 이에 대한감염학회를 비롯한 유관학회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 분석을 공유하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합니다.첫째,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낮은 온도, 건조한 환경에서 더 오래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늦가을로 접어든 현재 코로나19의 전파 위험은 높아진 상태입니다. 최근 거리두기 방안은 이전에 비해 완화된 기준으로 개편되어 전파 위험은 더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한국역학회에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코로나19의 일일 감염재생산수는 1.5를 넘어서서 효과적인 조치 없이 1-2주가 경과하면 일일 확진환자 수는 1,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현재 코로나19는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서 지역에 따라 역학조사 역량을 넘어서고 있고, 이는 역학적 연결고리가 파악되지 않는 환자의 증가와 이를 통한 추가 확산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둘째, 고위험군에게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코로나19의 전파가 늘더라도 개편된 거리두기 방안이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고위험군에게 전파되는 것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환자 발생 양상을 보면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요양시설이나 병원과 같이 고위험군이 모여 있는 곳에서 환자 발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위험군에서 환자 발생이 많아지면 중증 환자 발생 위험도 증가하게 되며 이는 의료의 과부하를 유발하여 환자들이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의료 과부하로 인한 악영향은 코로나19 환자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도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셋째, 코로나19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자원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습니다. 현재 중환자 치료 병상이 다소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발병 후 7-10일 경과 상태에서 중증으로 진행하는 코로나19의 임상경과를 감안하면 현재 남아 있는 중환자 병상은 1-2주 내에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환자 병상의 여건은 지역적으로도 차이가 커서 일부 지역의 경우 이미 가지고 있는 의료자원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의료기관 내에 코로나19 환자가 유입되어 가지고 있는 의료자원을 활용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중환자 병상 확충이나 중환자 인력 양성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어서 계획을 가지고 반드시 역량을 확충해 나가야 합니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코로나19 중환자 진료 역량을 개선시킬 수 없기 때문에 현재 가용한 의료 역량 내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중환자 발생을 최대한 억제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위중한 상황에 다음을 제안드립니다. 첫째, 방역 조치는 조기에 선제적으로 강력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시점에 이전과 같은 수준의 억제력을 가지려면 더 강한 방역 조치가 필요합니다. 거리두기 단계 상향을 포함하여 방역 조치는 조기에 강력하게 적용되어야 충분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조치가 늦어지면 실제 유행의 규모를 줄이는 효과는 미미하고 부가적인 피해만 커지게 될 것입니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지만 신속하게 결정되고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둘째, 학계·전문가와 보다 긴밀한 논의 구조를 만들기 바랍니다. 방역과 관련된 정책 결정에 있어서 정확한 상황 판단과 신속한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방역 현장과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합니다.국민 여러분께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지만, 지금의 상황 또한 매우 심각합니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가을, 겨울을 맞아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는 양상을 보면 이번 겨울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성공적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올 겨울은 백신 없이 막아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코로나19 대응 수단은 아직 이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거리두기와 같은 비약물학적인 방편은 많은 불편과 손해를 감수해야 하지만 효과적인 수단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최근 사회의 분위기는 이전과 달리 코로나19에 대한 위기의식이 많이 낮아져 있고 거리두기와 같은 방역 수칙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대해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응해 올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께서도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거리두기에 참여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2020년 11월 20일대한감염학회·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대한소아감염학회 대한예방의학회·대한응급의학회·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대한임상미생물학회 대한중환자의학회·대한항균요법학회·한국역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