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3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생리 휴가를 사용하려다가 수치스러운 일을 겪었다.
그날따라 아침부터 유난히 심한 생리통에 A씨는 "이 상태로는 출근을 할 수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담당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생리 휴가를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팀장은 "생리통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니 증빙이 필요하다"며 "다른 회사에서는 피 묻은 생리대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한다"고 답했다.
전화를 끊고 한동안 생각해 봤지만 A씨는 도저히 피 묻은 생리대 사진을 찍어 보낼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결국 진통제를 한 움큼 챙겨먹고 출근길에 올랐다.
[인사이트] 유진선 기자 = 위 사례는 국민건강보험센터(이하 건보) 고객센터 여성 상담사들이 겪은 일을 각색한 것이다.
이에 건보 고객센터 여성 상담사들은 "생리 휴가 신청 노동자에게 입증을 요구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건보 고객센터지부는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보 고객센터에서 발생한 생리 휴가권 침해와 인격모독, 성차별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했다.
진정을 제기한 건보 경인3고객센터 상담사들은 하청업체에 소속돼 있다.
해당 센터 상담사들은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생리 휴가를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으며, 노조가 생긴 뒤부터 생리 휴가가 법적 권리임을 인지하고 청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측은 보름 전에 미리 증빙서류와 휴가원을 제출하도록 요구했고, 출근 당일 아침에 생리 휴가를 사용한 한 상담사는 결근계 사용을 강요받기도 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당일 생리 휴가를 사용한 또 다른 상담사는 담당 팀장에게 "생리통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할 수 있다"며 "다른 회사에서는 생리대 사진을 제출하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생리대 사진 제출을 운운하며 입증을 강요하는 행위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며, 모욕감과 수치심을 유발하는 인격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생리 휴가 사용을 억압하는 것은 여성의 재생산권 및 건강권을 위협하는 성차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