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8일(월)

5월 입대한 군인이 선임에게 '구타'당할 때마다가 기록한 폭행일기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기다리다 미쳐'


[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2020년 8월 13일 15시 35분, XX 일병에게 명치를 맞았다"


"2020년 8월 14일 11시 50분 XX 일병이 귀 장애인이라 욕설을 하며 오른쪽 어깨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올해 5월에 입대한 육군 일병 A씨가 지난 8월부터 한 줄 한 줄 기록한 일기의 한 구절이다.


지난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내용에 따르면 A 일병은 조리병 보직을 받아 자대 전입 이후 줄곧 맞선임에게 구타를 당해왔다.


그 선임은 '짬'이 그다지 높지도 않고 A씨와 입대 날짜가 한 달 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대놓고 그를 무시하고 폭행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폭행의 장소와 방식, 폭행 부위는 매번 달랐다. 하루는 취사장에서 정강이를, 그다음 날은 식당에서 명치를, 또 그다음 날은 부식창고에서 갈비뼈를.


주먹과 손바닥, 발 할 것 없이 여러 부위를 써가며 A 일병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그를 구타했다.


최근에는 A 일병의 휴대폰을 마음대로 가져가 쓰기 시작했다. A 일병의 허락도 받지 않고 "이따가 쓸 거니까 비밀번호 풀어 놔"라며 일방적으로 부당한 요구를 했다.


이에 A 일병은 그에게 당한 모든 부조리와 구타를 일기에 꾹꾹 눌러 적었다. 단 한 순간도 기억 속에서 잊지 않기 위함이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폭력의씨앗'


그렇게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달라진 건 없었고 오히려 그에겐 고민만 늘었다.


그 선임은 그동안 부대 내에서 '착한 후임'으로 이미지 관리를 잘 해왔는데 A 일병이 신고를 해 다른 부대로 전출이라도 가면 이후 뒷감당이 힘들 것 같았고, 자신이 전출을 가자니 조리병이 빠지면 부대가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었다.


선임에게서 수개월째 폭행과 부조리를 당하고 있다는 그의 사연은 많은 사람을 충격에 빠뜨렸다.


요즘 쉽게 볼 수 없는 일이어서다. 


2014년 28사단에서 상습 구타와 가혹행위로 인한 '윤일병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국방부는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를 발족해 군인들의 복무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이후 많이 개선됐다는 이야기가 들려온 터라 누리꾼들의 충격은 더욱 큰 상태. 사람들은 부대 간부들이 조금 더 병사들의 생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