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장영준 기자 = 영하를 넘나드는 매우 추운 겨울철 반바지와 반팔만 입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살이 퍼레질 정도로 매섭게 겨울바람이 불어도 윤석진 씨의 옷차림에 변화는 없다. 그는 영하의 날씨에도 매일같이 반팔티와 반바지 차림으로 길을 나선다.
실제 집안 옷장에도 윤석진 씨의 옷이라고는 반팔티와 반바지뿐이다.
추위를 전혀 타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의문이 들 법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윤석진 씨가 여름 복장을 고수하는 이유는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딸 때문이다.
2008년 2월 한 차량이 교통 신호를 위반하고 둘째 딸 세언이를 치었다. 딸은 순간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본 세상보다 볼 세상이 많았던 세언이의 시간은 멈추게 됐다.
아빠 윤석진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절망적이었다"며 "머리를 다치고 다리가 부러졌는데 말 그대로 식물인간 상태라고 하더라. 1년을 아무 생각 없이 매일 기도하며 보냈다"고 털어놨다.
괴로운 시간에 맞닿은 윤석진 씨는 하루에 담배 4~5갑을 피웠고 1년 후에는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딸의 고통을 나눠야 되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추위를 이겨내 보자는 생각과 매일 세언이를 생각하며 제발 살려달라는 기도를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1년 365일 윤석진 씨가 반팔티와 반바지만 입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유는 곁을 지켜주지 못한 둘째 딸에 대한 미안함과 아빠로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윤석진 씨는 둘째 딸이 있는 병원에 가기 위해 매일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걸으며 매일같이 딸이 두 발로 걷는 날이 오기를 기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때가 오면 긴소매를 입을 거라고 전했다.
한편 해당 이야기는 지난 2015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소개된 사연이다.
무려 5년이란 시간이 흐른 한 가정의 이야기이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아빠의 마음은 오늘도 많은 이의 마음에 큰 울림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