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8일(월)

죽음 앞둔 아버지는 '부산 경찰' 도움으로 헤어진 딸을 10년 만에 만난 뒤 숨을 거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내 딸 서영이'


[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우리 조카 좀 찾아주세요"


지난 9일 해가 어스름하게 지기 시작하는 저녁 6시께, 부산 서부경찰서 충무지구대에 한 60대 여성 A씨가 찾아왔다.


지구대 안으로 들어온 그는 경찰을 붙잡고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남동생이 매우 아파 생명이 위독한 상황인데 10년 전 헤어진 그의 딸을 찾아달라는 하소연이었다.


병마와 힘겹게 싸우며 임종을 앞둔 남동생의 마지막 소원은 바로 10년 전 헤어진 딸을 만나는 것이었다.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남동생이 남긴 말을 꼭 지키고 싶은 누나는 용기를 내 경찰서 문을 두드렸다.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경찰은 그들의 가족을 꼭 찾아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내 충무지구대는 개인별 신분 조회를 통해 딸이 경남에 거주 중이란 사실을 파악했다.


다만 연락처 등이 없어 당장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당장 아버지의 숨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충무지구대는 경남경찰청에 공조를 요청했다.


딱한 사연을 들은 경남경찰청은 직접 주소지 등을 탐문한 끝에 간신히 딸과 연락이 닿았다. 아버지의 상황을 알리자 딸은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왼손잡이 아내'


이후 딸은 아버지가 투병 중인 병원을 찾아 10년 만에 아버지와 마주하게 됐다.


아끼던 딸을 10년 만에 만났으나 아버지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딸과 손을 맞잡고 10년 동안 묵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었다.


그래도 의식의 저편에서 딸의 목소리를 들었던 걸까. 일생 마지막 소원을 이룬 그는 얼마 뒤 거짓말처럼 눈을 감았다.


A씨는 "동생이 의식은 없었지만 소원하던 딸을 만났다"라며 "조카도 걱정과는 달리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알게 돼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