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관심을 갖고 생각한 적 없다. 별 감흥도 없었다"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재판의 증인으로 나선 이춘재가 이 사건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살인의 추억'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자 대중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보면 그는 반성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2일 오후 이춘재는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8차 사건 재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당시에 대해 증언했다.
14건에 이르는 살인과 30여 건에 달하는 성범죄를 모두 스스로 저질렀다는 진술을 하면서도 그는 감정에 큰 변화가 없는 듯 높낮이 없이 한결같은 목소리 톤을 유지했다.
그는 1980년대 화성과 충북 청주 일대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14건에 대해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은 자신이 맞다"고 진술했다.
나아가 "영화 '살인의 추억'을 교도소에서 봤지만 별 감흥이 없었다"고 했다.
이춘재는 영화 말미 배우 송강호씨가 화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장면에 대해서도 "별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 영화를 연출한 봉준호 감독은 과거 한 행사에서 "마지막 장면은 범인이 이 행사에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형사와 범인이 눈을 마주치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춘재는 이 장면에서도 어떠한 감정이 없었다고 얘기한 것이다.
이춘재는 '살인의 추억'을 보면서 자신과 연결짓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영화에서 비가 오면 빨간 옷을 입은 여성을 대상으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는 내용이 나왔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서 신경쓰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춘재는 사건 당시 수사를 꼬집기도 했다. 그는 "과거 사건 이후 파출소에 몇 번 다녀왔다"면서 "형사가 알아봤다면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보여주기식 수사가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용의선상에 올랐을 때 느낌을 묻는 질문에는 "(잡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