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8일(월)

'극단적 선택'한 로젠택배 기사 "비트코인 투자할 돈 있으면서 중고 에어컨 하나 안 사줬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인사이트] 조세진 기자 = 생활고에 몰린 부산 로젠택배 택배기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그가 남긴 유서를 통해 택배기사의 현실 등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해당 택배기사는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에 직장 내 갑질,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앞서 지난 20일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일하던 40대 택배기사 A씨가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터미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직전, 유서를 작성해 함께 일하던 전국택배노동조합원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남긴 유서 / 사진 제공 = 전국택배노동조합


인사이트가 전국택배노동조합을 통해 전달 받은 유서에 따르면 그는 "억울합니다"라는 토로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우리는 이 일(배송)을 하기 위해 국가 시험에, 차량 구입에, 전용 번호판까지(준비했다). 그러나 현실은 200만 원도 못 버는 일을 하고 있다"라고 생활고를 고백했다.


A씨가 작성한 유서에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호소도 있었다.


그는 "한여름 더위에 하차 작업은 사람을 과로사하게 만드는 것을 알면서도 이동식 에어컨 중고로 150만 원이면 사는 것을 사주지 않았다"라며 "비트코인 채굴기 투자할 돈은 있으면서 지점에 투자하라면 돈 없다는 이유만 대고 있는 상황"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직장 내 갑질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A씨는 "부지점장은 화나는 일이 생겼다고 하차 작업 자체를 끊고 소장(택배기사)을 불러 의자에 앉으라며 자기가 먹던 종이 커피잔을 쓰레기통에 던지고 화를 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때 소장을 직원 이하로 보고 있음을 알았다"라고 씁쓸한 감정을 전했다.


A씨가 남긴 유서 / 사진 제공 = 전국택배노동조합


끝으로 A씨는 "다시는 저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게 시정조치를 취해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A씨는 수입이 줄어 은행권 신용도까지 낮아지자 다른 일을 구하기 위해 퇴사를 희망했다.


그러나 대리점은 도리어 A씨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후임자를 구해오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편 올해 과로에 시달리다가 목숨을 잃은 택배기사는 10명이며 갑질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택배기사의 잇단 사망으로 택배기사의 근무환경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택배기사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