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8일(월)

"어린이집 교사였던 제 누나가 학부모 갑질에 2년간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역겨워", "시집가서 너 같은 X 낳아"


무려 2년간 '부녀' 학부모의 갑질에 시달린 어린이집 교사는 세상을 등졌다. 주변 사람까지 괴롭히는 갑질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교사의 죽음은 오로지 교사만의 몫은 아니었다. 사랑스러운 딸이자 든든한 누나였던 교사의 죽음은 한 가정을 박살 내고 말았다.


동생은 누나의 억울함을 낱낱이 알리기 위해 나섰다. 사망한 교사의 남동생 A씨는 누나의 2년을 정리해 청와대 청원으로 올렸다. 이달 초인 5일 올라온 이 청원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가득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청원에 따르면 갑질은 한 아이의 아빠(B씨, 37)와 할머니(C씨, 60, B씨의 엄마)가 했다.


2018년, B씨 부녀는 자신의 아들(C씨에게는 손자)이 아동학대를 당하는 것 같다며 교사를 압박했다.


폐쇄회로(CC)TV까지 봤지만 그런 정황은 없었다. 오히려 아이가 교사를 때리는 모습이 나올 뿐이었다. 증거가 없지만 두 부녀는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어린이집이 있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과 인근 병원 관계자들에게 "교사가 우리 아들 아동학대한다"는 거짓 루머까지 퍼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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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은 교사를 불신하기 시작했다. 그때 교사는 시청에 압박까지 받아야 했다. 두 부녀가 시청에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었다.


두 부녀는 교사를 파면시키기 위해 애썼다. 교사는 계속되는 민원으로 인한 현장조사에 괴로움을 느꼈다. 교사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부녀에게 폭행·모욕까지 당했다.


교사는 이런 상황에도 가족에게 철저히 함구했다. 오직 혼자서 아픔을 삼켰다. 그러는 사이 우울증이 생겼고,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졌다.


그는 결백했지만 끝내 어린이집을 그만둬야 했다. 부녀가 어린이집 원장과 주변 아파트 관리소장까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심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부녀에게 힘을 실어주던 아파트 주민들이 "이제 그만하지 그래"라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그만 하시라"는 시청 공무원의 말도 부녀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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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 보는 상황을 눈뜨고 보지 못했다. 그리고 끝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주변 동료들에게 "8년 넘도록 교사 생활하면서 늘 아이를 사랑으로 대했던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 다시는 아이들을 만날 수 없게 돼버렸다.


자신들 때문에 애꿎은 생명이 죽고, 가정이 파탄 나고, 어린이집이 흔들리게 됐지만 두 부녀는 조금의 미동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두 부녀는 장례식에 찾아오지도 않고 유족들에게 사과 한 마디조차 하지 않았다"라며 "저희의 법적 조치로 인해 있었던 형사조정 기간 동안에도 화만 냈다"라고 말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이어 "자기들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소리 지르면서 어린이집 원장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라며 "벌금 2천만원을 선고받았지만 곧바로 항고했다"라고 덧붙였다.


벌금형을 비웃기까지 했다고 한다.


A씨는 "국민 여러분께 간절히 호소한다"라며 "억울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제 누나를 위해 두 부녀를 강력 처벌할 수 있도록 청원에 동의해달라"고 호소했다.


A씨가 올린 청원 "아동학대 누명 쓰고 '역겹다', '시집가서 너 같은 X 낳아' 폭언에 시달린 어린이집 교사였던 저희 누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는 10월 5일 최초 게재된 뒤 약 2주 만에 약 15만 7천명의 서명을 받았다.


20만명이 넘으면 청와대는 이에 대해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