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유진선 기자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수년째 길거리에서 홀로 1인 시위를 벌이는 중년 여성이 있다.
이 여성은 보조출연자 관리자 등 12명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단역배우 자매의 모친인 장연록씨다.
장연록씨를 '과거'에 머물러 살게 한 사건은 16년 전인 2004년 발생했다.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장씨의 첫째 딸 A씨는 동생 B씨의 권유로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A씨는 촬영 현장에서 보조출연자 관리자 등 12명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고, 이를 경찰에 고소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2차 가해를 당했다는 것이 장씨의 주장이다.
장씨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피해자인 A씨에게 "가해자들의 성기를 구체적으로 그려 보라", "아가씨가 12명이랑 잔 아가씨냐" 등의 말을 했으며 가해자들과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다.
여기에 가해자들의 지속적인 협박까지 더해져 고통받던 A씨는 결국 사건 5년 후인 2009년 극단적 선택을 했다.
B씨 역시 언니의 뒤를 따랐다. 언니에게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권유한 게 자신이고 결국 언니의 죽음은 본인 때문이라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두 딸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장씨의 남편도 얼마 후 뇌출혈로 사망하면서 장씨는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남게 됐다.
2년 전 미투 운동이 이슈로 떠올랐을 때는 해당 사건의 재조사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20만이 넘는 동의를 얻으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당시 사건 공소시효가 만료된 시점이었기 때문에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가해자들은 끝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에 따르면 해당 사건의 가해자들은 지금까지도 피해자 및 유가족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뒤 가해자들의 실명과 직장, 주거지 등을 공개하고, 1인 시위를 하는 등 딸들의 사건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상을 본 이들은 "두 딸을 잃고, 남편까지 잃은 사람이 얼마나 슬픈 현실에서 사는지 느껴져 가슴이 미어진다"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