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어린 손주를 키우기 위해 굽은 허리를 부여잡고 매일 산길을 오르는 할머니가 있다.
지난 10일 방송된 KBS1 '동행'에서는 손주를 먹여 살리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길거리로 나가 작물을 파는 할머니의 사연이 소개됐다.
올해 여든 살이 된 박춘자 할머니는 집을 나간 며느리 대신 11살 손자 영삼이를 경북 영주에서 키우고 있다.
먹고 사느라 바쁜 아들은 매일 새벽같이 인력 시장에 나가기 때문에 영삼이가 유모차를 탈 때부터 손주를 돌보는 건 박춘자 할머니의 몫이었다.
박춘자 할머니는 허리도 굽은 꼬부랑 할머니가 됐지만 의지할 곳 없는 영삼이를 부족함 없이 키우기 위해 매일 같이 낡은 유모차를 보행기 삼아 사찰 앞 노점으로 나간다.
할머니는 노점에서 말린 약초와 사과를 팔아 영삼이를 키웠다. 할머니의 목표는 영삼이 대학 등록금까지 모으는 거다.
관광객이 많을 때는 하루 2만 원 정도 손에 쥐었으나,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관광객이 많이 줄은 요즘은 5천 원도 가져가기 힘들다.
꼬부랑 허리로 매일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는 것이 더 힘겹지만, 할머니는 영삼이가 독립할 때까지 뒷바라지해야 하기 때문에 장사를 포기할 수 없다.
영삼이가 엄마 없이 자라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할머니는 손주가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도록 형편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어디 엄마만 할까 싶어 늘 미안하다.
안타깝게도 할머니에겐 최근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
장사하려고 파라솔을 펴다가 갈비뼈를 다친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는 당신에게 쓰는 돈이 아까워 병원에도 가지 않고 가슴에 복대를 찬 채 고통을 견디고 있다.
이런 할머니의 마음을 아는지 영삼이는 또래보다 빨리 철이 들었다.
영삼이의 유일한 소원은 할머니가 웃는 거다.
영삼이는 할머니가 혼자 힘들까봐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일을 돕는다.
부족한 게 많지만 가진 것에 감사해 하며, 서로를 의지하고 살아가는 할머니와 영삼이. 많은 시청자는 두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