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헬멧을 쓴 신이 왔다고 생각할 정도로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울산의 33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가 불이 붙은 지 13시간 30분 만에 초진이 완료됐다.
건물 전면이 불길에 휩싸였을 정도로 그 화세는 대단했다. 그 피해로 88명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사망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런 극적인 결과는 소방당국의 신속하고 입체적인 대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가운데 한 소방관의 미담이 전해졌다.
9일 조선일보는 당시 불이 난 주상복합건물 맨 꼭대기 층에 어머니, 이모와 함께 갇혔던 이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씨는 "말 그대로 죽다 살았다"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현관문을 열자 매캐한 냄새가 나고 연기가 자욱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워낙 신고 전화가 많은지 119는 연결이 되지 않아 112에 구조 요청을 했다"라며 "경찰은 '젖은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대피하라'고 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들은 창문을 열어 고개를 내밀고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한 시간쯤 지나자 이들은 점점 힘이 빠졌다.
이 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이 절망적이라 뛰어내릴 생각까지 했다"라며 "정신이 혼미하고 더는 못 버티겠다 할 때 현관문을 부수고 구조대원들이 도착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구조대원을 본 이 씨는 그 자리에서 혼절했다. 그의 마지막 기억에 남은 구조대원은 헬멧을 쓴 신(神) 그 자체였다.
그는 "희미한 기억 속에 당시 저를 업은 소방대원을 본 순간 '헬멧을 쓴 신이 왔다고 생각할 정도'로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며 "정신을 차리니 대원분께서 33층에서 1층까지 저를 업고 내려왔었다"고 말했다.
이 씨 일행을 구해낸 신의 정체는 울산남부소방서 이정재(소방경) 구조대장을 비롯해 윤한희(소방위) 팀장, 김호식(소방교), 조재민(소방사) 구조대원이었다.
이들은 당시 이 씨 일행을 1명씩 둘러업고 33층부터 1층까지 내려갔다. 이들은 무거운 장비를 메고 있었음에도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초인적인 힘을 냈다.
한편 소방당국은 불티가 되살아나지 않도록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