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유진선 기자 = "그걸로 문 부서지것슈?"
충청도 사람이라면 이 말을 택시 기사님들에게 최소 한 번은 들어 봤을 것이다.
손님이 문을 쾅 닫았을 때, 충청도 택시 기사들은 "문을 그렇게 세게 닫으면 안 된다"는 말로 손님을 타박하는 대신 "그렇게 닫아서 문이 부서지겠냐"는 아재 개그를 건넨다.
이처럼 충청도식 화법은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과 속뜻이 다르다. 대놓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재치있게 돌려 말하기 때문에 듣는 사람이 거북함을 느끼지 않는다.
직설적인 표현에 익숙한 타지역 사람들이 충청도식 화법이 특이하고 재미있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다.
이 때문인지 유명 코미디언 중에는 충청도 출신인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는 코미디언의 40%가량은 충청도 출신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무려 30년 동안 충청도 언어를 연구한 끝에 올해 "충청도는 왜 웃긴가?"라는 책을 펴낸 안상윤 작가는 충청도식 화법이 능청, 너스레, 재치, 감정이입, 과장 등의 결정체라고 분석했다.
안씨는 "충청도 언어는 거칠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상대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며 "고구려, 신라, 백제가 번갈아 차지했을 만큼 변화가 많았던 역사적 배경 때문에 상대의 의중을 파악할 때까지는 단정적으로 말하는 걸 피하는 습관이 DNA에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 사회는 순화된 말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남을 지적하기에 바쁜 총체적 난국 상황"이라며 '충청도식 화법'을 벤치마킹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말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