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추석 전야를 달군 가황(歌皇) 나훈아의 입은 18년 전에도 거침이 없었다.
그는 2002년 평양시에서 기획된 공연을 돌연 취소하고, 이후 콘서트에서 "누군가의 간섭을 받는 공연은 하지 않겠다"는 등 소신을 마음껏 드러낸 적도 있다.
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002년 나훈아가 MBC '평양 특별공연'을 거부한 일화가 재조명됐다.
나훈아는 그해 9월 평양의 동평양대극장에서 기획된 평양 특별공연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공연을 취소했다.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의 러브콜에도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나훈아가 공연을 취소한 건 북한의 지나친 사전 검열 때문으로 추정된다. 당시 북한은 '한 많은 대동강', '단장의 미아리 고개' 등 6·25 전쟁이나 북한 지명이 들어간 노래는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훈아는 평양 공연이 끝난 직후 열린 콘서트에서 "다 밝힐 수 없지만, 이래라저래라하고 간섭하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이어 "평양공연을 하면 북한당국으로부터 출연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선물 보따리를 들고 가서 북한당국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것은 나훈아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쓴소리도 남겼다. "이산가족 상봉, 할 거면 제대로 해라", "우리의 소원 통일 노래가 제일 싫다", "통일하고 싶다면 남북 둘 다 정신 차려라"라고 말했다.
나훈아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4월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 역시 거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나훈아의 방북을 요구했지만, 나훈아는 스케줄을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부 장관은 이후 인터뷰에서 "(당시에) '스케줄이 있다'고 답하니, 저쪽은 사회주의 체제라 국가가 부르는데 안 온다니 이해가 안 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나훈아는 지난달 30일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통해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이날 2시간 40분 동안 이어진 공연은 출연료도 받지 않고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연에서 그는 "역사책에서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못 봤다", "KBS가 여기저기 눈치 안 보는, 국민들을 위한 방송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는 등 작심 발언을 쏟아내 관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