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최근 들어 범죄자의 인권 또한 피해자 보호만큼이나 중시되고 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990년 발생했던 한 사건이 최근에 이르러 주목을 받고 있다.

그해 3월 발생한 이 사건은 피해자가 강도를 공기총으로 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집주인 A씨는 잠결에 안방 문을 두드리며 "어떤 아저씨가 아빠를 깨우래"라는 딸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에 잠에서 깨 거실로 나가보니 흉기를 든 강도가 어린 딸을 인질로 잡고 있었다. 강도는 "돈을 내놓지 않으면 아이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하지만 A씨는 강도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장롱 속에 보관 중이던 공기총을 꺼내와 강도에게 "칼을 놓지 않으면 쏘겠다"고 경고했다. 

강도가 경고를 듣지 않자 A씨는 머리와 복부를 향해 공기총 1발씩을 쏘았다.  

공기총을 맞고 쓰려진 강도는 충남대부속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그날 오후 5시 30분쯤 숨을 거뒀다. 

경찰은 강도의 신원을 수배하는 한편 집주인 A씨에 대해서는 정당방위를 인정했다. 대전지검 또한 A씨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하고 형사 처벌하지 않았다. 

당시 이 사건을 다룬 보도도 지금에서는 다소 충격적이다. 집주인 A씨의 가족사진을 모두 공개한 것은 물론 강도의 모습도 그대로 노출했다. 

30년 전 사건이 현재에 이르러 누리꾼들의 시선을 끄는 이유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형법 제21조를 통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벌하지 아니한다'는 정당방위 조항을 두고 있다. 

정당방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기 혹은 타인의 법익 보호, 침해의 현재성, 침해의 부당성, 침해의 인격성, 상당한 이유 등의 모든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