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8일(월)

방심위, 무고한 남성들 '성범죄자' 만든 디지털교도소 '공익' 부합한다며 제재 거부

디지털 교도소 홈페이지 캡처 


[인사이트] 유진선 기자 = 성범죄 및 강력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의 운영이 사실상 허용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89건의 게시물 중 불법으로 판명된 17건의 정보만 개별 차단하고, 사이트 자체는 폐쇄하지 않기로 의결했기 때문이다.


방심위의 결정은 디지털 교도소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제기됐던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몰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뒤 내려진 것이다.


때문에 다수의 누리꾼들은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가 나왔는데도 사이트 폐쇄를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 1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 소위원회는 디지털 교도소를 차단해 달라는 민원에 대해 "불법성이 확인된 개별 정보 17건만 접속 차단하고 웹사이트 전체 차단은 하지 않겠다"고 의결했다.


사이트 폐쇄 결정을 내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디지털 교도소에 게재된 불법 정보의 양이 웹사이트 차단 기준인 75%를 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불법 정보가 있기는 하지만 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사적 보복을 위한 도구로서 무고한 개인의 피해 발생 가능성이 있지만,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과잉 규제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방심위가 차단하겠다고 밝힌 정보는 당사자가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7건과 정부가 운영하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 정보를 무단으로 쓴 10건이다.



디지털 교도소 홈페이지 캡처


이와 관련해 방심위는 "공익적 취지를 내세우더라도 법적으로 허용된 정보 공개의 범위를 벗어나 사적 제재를 위한 도구로 활용한 것은 현행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면서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성범죄자'등으로 단정해 신고인의 명예와 사생활 등을 훼손했다"고 말했다.


방심위의 이같은 결정에 대다수의 누리꾼과 일부 전문가들은 "사적 보복과 다른 것이 뭐냐"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교도소의 등장은 형사법 체계에 결함이 있다는 징표지만, 신상 공개와 같은 사적 처벌에는 신중해야 한다"며 "디지털 교도소는 사회에 경각심을 일으키는 공익적 목적보다는 낙인을 찍고 처벌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어 정당성을 인정받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