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7일(일)

"20살 넘으면 결혼하겠다"···여고생 성폭행한 범인이 교도소에 가지 않은 이유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뉴스를 통해 성폭행 범죄를 접하다 보면 피해자가 가해자와 분리되지 않은 채 2차 피해를 입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러한 사례가 늘어나면서 가해자에 대한 무거운 처벌은 물론 피해자를 더욱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과거 피해 여성에 대한 보호 조치는 지금보다도 더욱 허술했다. 심지어 가해자와 피해자를 결혼시키기로 합의하고 처벌을 경감한 충격적인 사례도 있다. 


1998년 12월 서울고법은 지나가던 17살 여고생을 승용차에 태워 성폭행한 운전기사 A씨에게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들개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A씨가 초범인 데다 혐의를 모두 자백하고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며 "더욱이 김씨의 부모와 피해자의 부모가 '자녀가 자란 뒤 성혼시키자'고 합의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피해자가 미성년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피해자 부모가 "양쪽 부모가 두 사람을 성혼시키기로 했으니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끼쳤다. 


1973년 선데이서울 '피고와 피해자를 법원서 짝지어줘'라는 제목의 기사는 더욱 충격적이다. 


이에 따르면 당시 5월 짝사랑했던 동갑내기 여고생을 강제로 추행했던 고등학생 B씨는 1심에서 징역을 선고받았고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런데 판사들은 "그럴 게 뭐 있느냐? 기왕 버린 몸이니 오히려 짝을 지어 주어 백년해로시키는 게 좋겠다"며 양가 부모를 설득, 법정에서 약혼을 치르게 했다. 


기사에서는 "고등법원 형사부 판사들은 묘한 법정 약혼을 성취시키고 싱글벙글"이란 문구도 눈에 띈다. 


오늘날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안타깝게도 2020년 대한민국에서 경찰이 성폭행당한 탈북 여성을 회유하고 협박한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성폭행을 예방하는 것만큼 성범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국가의 세심한 배려가 더욱 요구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