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천소진 기자 =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교차로나 분기점에서 색깔 유도선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분홍색, 초록색 등 눈에 확 띄는 색깔 유도선을 따라 이동하면 아무리 복잡한 길도 쉽고 편하게 이동이 가능하다.
사실 색깔 유도선은 원래부터 있던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의 크나큰 결단력 덕분에 지금의 색깔 유도선이 있을 수 있던 것이다.
이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바로 한국도로공사 윤석덕 차장이다.
색깔 유도선을 처음 도입한 윤 차장은 전문가인 본인도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길을 잘못 들면 헷갈리는데 일반인들은 더 어렵지 않을까 생각을 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11년 본인이 관리하던 안산 분기점에서 차선을 혼동한 한 운전자에 의해 사망 사고가 났고, 대책을 만들라는 지사장의 지시를 받은 윤 차장은 고민에 휩싸였다.
윤 차장의 생각을 번뜩이게 한 건 다름 아닌 8살, 4살 자식들이었다.
당시 윤 차장은 그림을 그리고 있던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순간적으로 '도로 위에 색을 칠하면 초등학생도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분명 혁신적인 아이디어였지만 현실은 제약이 많이 따랐다.
도로에 흰색과 노란색, 청색과 적색 외에 다른 색을 사용하면 도로교통법 위반이 되기 때문이었다.
주변의 반대까지 부딪힌 윤 차장은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해당 사고가 마치 본인이 도로 시설물을 미비하게 설치한 탓에 발생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외면할 수 없었다.
윤 차장은 인천지방경찰청에 협조를 요청해 여러 페인트 실험 및 선의 폭과 모양을 고민한 끝에 처음으로 도로에 유도선을 적용했다.
2011년 5월 3일 안산분기점에 드디어 첫 유도선이 설치됐고 그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연간 20여 건 정도 발생했던 사고가 3건으로 대폭 감소했으며 각 지사에서 유도선을 긋기 시작해 올해 494개소로 확대됐다.
윤 차장의 아이디어는 수많은 운전자의 편의는 물론 생명까지 지켜내는 데 큰 몫을 해냈다는 평을 받는다.
한편 윤 차장은 최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법률위반을 이유로 경진대회에 출품하지 못했고, 정부 포상도 받지 못했다"며 "그래도 많은 이들이 도움이 됐다고 말해 주는 것에 만족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