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7일(일)

"나는 공짜였다" 정부 정책에 실망해 사표낸 어느 신생아 중환자실 의사의 고백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유진선 기자 = 누구보다도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 강한 의사. 특히 신생아를 돌보던 의사는 최근 병원에 사직서를 냈다. 


아픔을 무릅쓰고 사직서를 던졌다는 신생아 중환자실 의사를 사람들은 비난하지 못했다. 그가 어떤 심경이었는지를 담은 글에 그저 묵묵히 공감했다. 


30일 10년 동안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자신을 내던져온 의사는 "어느 신생아 중환자실 의사의 고백"이라는 제목의 글 하나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했다. 


해당 글을 작성한 의사 A씨는 아기들을 보면서 일하는 게 좋아 소위 말하는 '기피과'를 선택했다고 한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알기 쉽게 예를 들자면 얼마 전 방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소아외과 조교수였던 안정원(유연석) 교수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는 "누군가를 정말 살려보는 과여서 10년 동안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사람을 살리는 일에서 떠나왔다. 사직서를 낸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사직서를 낸 데 후회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턱없이 부족했던 정부 지원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그는 "중환자실 환자에게 50만 원짜리 약을 쓰면 나라에서 50만 원을 준다. 장갑이나 수액라인 등 부재료는 나라에서 주지 않는다. 나는 공쩌였다"라고 말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약 값만 지원해 줄 뿐, 인건비나 기타 부재료들에 대한 지원이 없기 때문에 환자를 많이 볼수록 적자가 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A씨는 밤을 새워서 중환자실을 지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때문에 가장 적자를 내는, 돈 못 버는 의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많은 병원이 신생아 중환자실을 포기했고, A씨와 같은 전공을 한 의사들은 갈 곳을 잃었다.


A씨는 "내 환자를 계속 보고 싶지만 우리 중환자실은 문을 닫을 것이다. 운영할수록 손해인 이곳을 더 운영해 달라고 말할 수도 없다"고 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김과장'


그러면서 "왜 이런 곳에 쓸 돈은 마련해 주지 않고 10년 뒤의 일인 공공의전만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정부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의 이름은 계속 바뀐다.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코로나 전사가 되었다가 공공재가 됐다. 하지만 후회 없이 일했다"면서 "공공재가 아니라 자유의지를 가진 의사로서 오늘은 정말 깊은 잠을 자고 싶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A씨를 향해 "그동안 수고하셨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들은 "의사는 전문직 일반인이니 공무원이 아니다", "기피과 일을 하면 돈을 못 벌게 만들어 놓은 의료 수가 자체가 잘못됐다"등의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