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유진선 기자 = "맹인 주제에 무슨 독립운동을 하냐"
시각장애인이었지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만큼은 그 누구보다 밝게 빛났던 애국지사. 그는 일본인들의 각종 조롱과 고문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조국 독립을 위해 자신을 내던졌다.
지난 12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故 심영식 지사의 아들 문수일씨가 출연해 심 지사가 감옥에서 겪었던 일들을 전했다.
심영식 지사는 3.1 운동을 주도했던 여성 지도자 중 한명으로, 유관순 열사와 함께 서대문형무소 8호 감방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문수일 씨는 "눈이 안 보이셨던 어머니는 (눈이)보이는 분의 손을 잡고 다니면서 독립 운동을 했다"면서 "치마 속에 태극기를 숨기고 다니면서 전파했다"고 말했다.
문 씨가 어머니 심 지사에게 들은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옥중 생활'과 관련된 것이었다.
문 씨는 "(어머니가)감옥에서 가끔 불려 나갔는데, 그 때 뺨을 많이 맞아서 한쪽 귀 고막이 터졌다"고 전했다.
심 지사는 이 때 입은 상처로 인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후유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감옥에서 심 지사를 괴롭힌 것은 폭행뿐만이 아니었다. 간수들은 "맹인 주제에 무슨 독립운동이냐"며 심 지사의 장애를 조롱하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몸을 고통스럽게 하던 일본인들이 정신과 마음까지 좌절시키려 했던 것이다.
이에 심 지사는 "내가 눈은 멀었어도 마음까지 멀지는 않았다. 눈이 멀었을지언정 나라의 독립을 원하는 마음은 잃지 않았다"라고 답하며 간수들의 기를 눌렀다고 한다.
문 씨는 "시각장애인이 감옥에 있는 것은 '감옥 안의 감옥'에 들어가 있는 것과 같다"면서 "어머니는 수감 생활을 오로지 정신력만으로 견디셨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복 후 심 지사는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앞을 보지 못해서 해방 후 독립유공자 신청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어머니의 독립운동 활동을 책으로 만드는 등 문 씨가 기울인 노력으로 심 지사는 세상을 떠난 지 7년이 되어서야 공훈을 인정받아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