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잦은 오배송으로 원성을 샀던 마켓컬리의 배송 오류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켓컬리를 자주 이용하는 제보자 A씨는 최근 제품을 구매한 뒤 불쾌한 경험을 했다.
매달 적어도 4~5회는 마켓컬리를 이용한다는 그는 지난 28일 에코랩, 크린랲 롤백 2개, 광천김, 칠리소스, 후추, 귤 2상자, 포도 등 식자재를 비롯한 제품 여러 개를 구매했다가 3개 제품이 누락된 배송 상품을 받았다.
A씨가 못 받은 물건을 기억해내지 못했다면 해당 제품은 값을 지불하고도 그의 손에 들어가지 못했을 상황이었다.
처음 받을 때부터 배송 온 '실온 박스'는 주문한 상품을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작았기에 마켓컬리 측에서 사전에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을 터. A씨는 마켓컬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제품이 누락됐다고 항의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가 먼저 올 줄 알았던 A씨. 하지만 마켓컬리 측에서는 시스템 상 배송된 것으로 확인된다며 안 보낸 기록은 없지만 받지 않았다면 재배송하겠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고객이 사기를 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말에 A씨는 정확한 잘잘못을 가려주기를 원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같았다.
그 과정에서 고객의 정당한 항의에 상담원은 '진상' 고객을 대하듯 응대하기까지 했다.
마켓컬리, 시스템 오류 지적에도 선심 쓰듯 물건 다시 보내주고 '쿠폰' 던져주면 끝인가
선심 쓰듯 '고객의 과실일 수도 있으나 그냥 재배송을 해주겠다'라는 식의 말에 A씨는 불쾌감을 느꼈고, 결국 추가로 제공한다는 5000원 쿠폰도 받지 않았다.
A씨는 "난 받은 것이 없는데 마켓컬리 측이 계속 발송했다는 말만 반복하고, 안 받았으면 보내주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라며 "사기꾼 취급하는 기분이 들어 무척 불쾌했다"라고 전했다.
마켓컬리는 제품을 배송할 때 사진을 촬영한다. '배송 인증샷'인 셈이다. 자신들이 피해를 입을 때를 대비해 사진을 찍어두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고객의 피해는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꼴이다.
왜 마켓컬리의 실수로 피해를 입은 고객이 사과 이전에 '전산상 문제없지만 보내주겠다'라는 식의 찜찜한 답변을 들어야 하는가.
자신들 실수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전산상 문제는 없지만 배송해드리겠다'라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자칫 정당한 요구를 한 고객이 '진상' 취급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담원의 안일한 태도와, 고객이 요구하는 잘잘못을 규명하지 않고 '재배송하면 그만'인 시스템 문제에 대해 마켓컬리 측은 전반적으로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마켓컬리 측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오배송은 사람이 한 실수여서 전산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을 것이라고 전했다.
상담 과정에서 한 이야기도 매뉴얼대로 했을 뿐 문제가 없다고 못박았다. 사실상 상담원의 태도가 문제의 원인이기도 했는데, 그에 대해서는 외주를 주고 있고 따로 교육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사람이 하는 일이고 이런 실수가 흔하지 않으니 이해해 줬으면 싶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결국 재발방지 대책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은 고객이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어쩌면 마켓컬리 측의 안일한 태도가 배송 실수와 상담 부주의를 낳은 것은 아닐까.
사실 마켓컬리의 배송 오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주요 포털에 검색만 해봐도 마켓컬리 오배송으로 인해 불편을 겪은 소비자들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배송 과정에서 제품이 누락되거나 다른 물품이 오는 경우 소비자는 이를 직접 캐치하고 재배송이나 환불을 요구해야 한다. 물품을 담는 과정에서 일어난 오류는 사실상 고객 스스로 캐치해야 한다.
고객이 모르면 넘어가고, 문제가 있다고 연락하면 사과 이전에 '배송엔 문제가 없지만 보내주겠다'라는 식의 의례적 답변을 내놓는 마켓컬리.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신선식품 배송 시장이 커지며 마켓컬리의 입지도 두터워지고 있다. 자연스레 많아지는 배송 양만큼 실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을 터. 거대화되고 있는 시장에서 '인간의 실수'이니 한계가 있다는 항변이 언제까지 통할지 미지수다. 마켓컬리 측의 보다 체계화된 시스템 정비가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