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발 묶인 채 도망가는 남친 쫓아가 '쇠망치'로 머리 내려친 '살인미수' 여성이 받은 형량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헤어진 전 남자친구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케이블 타이로 두 발을 묶고 쇠망치를 휘두른 여성에게 징역 2년이 선고됐다.


1심에서는 징역 3년 6개월이 선고됐는데, 2심 재판부가 "형이 너무 무겁다"는 피고인 측의 의견을 받아들인 뒤 나온 결과다.


지난해 4월 나온 이 판결은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시민들 사이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시민들은 '살인 미수'에 대해 이렇게 가벼운 처벌이 내려진 걸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24일 법률 전문 매체 로톡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검찰 공소장에는 "두 남자와 여자는 같은 대학에서 만나 1년 6개월을 함께 살며 아이를 낳았다"고 적혀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영화 '오로라공주'


하지만 둘은 헤어졌고, 아이는 남친이 맡아 키웠다. 여자친구 A씨의 재결합 요구에도 남친은 응하지 않았다. A씨는 남친이 1년에 겨우 3번만 딸을 만나게 해주자 앙심을 품었다.


그래서 치밀하게 살인을 준비했다. '수면제', '졸피뎀과 술', '염산', '필리핀 청부살인' 등을 검색하며 살해를 계획했다. 정신과에서 미리 수면제도 처방 받았고, 초코우유도 준비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친을 찾아가 술을 마셨다. 주량 이상을 마시게 했으며, 자고 깨어난 남친에게 수면제를 탄 초코우유를 건넸다.


A씨는 남친을 죽이려 했다. 수면제 영향으로 잠에 빠진 남친의 손과 발을 케이블 타이로 묶었다.



남친이 깨어나자 A씨는 망치를 들고 머리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머리를 맞으면서도 묶인 두 손을 푼 남친은 발에 묶인 줄은 풀지 못했다. 그는 깡총깡총 뛰며 도망쳤다. 그 뒤를 A씨가 망치를 들고 뒤쫓았다.


남친은 몸싸움 끝에 망치를 빼앗아 창문 밖으로 던졌다. 겨우 사태가 일단락됐다.


A씨에 대한 1심 재판을 맡은 대구지법 제12형사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살인미수죄를 적용해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 양형기준 최저형(3년 4개월)보다 겨우 2개월 더 많았다.


A씨는 형이 너무 과하다며 항소했다. 2심은 그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영화 '목격자'


영화 '부러진화살'


대구고법 제2형사부(박연욱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출산을 겪고, 헤어진 딸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라면서 "우울증을 앓은 것으로 보이고, 이런 사정을 고려해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하한을 벗어나 형을 정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 사람이 합의에 이르렀다"라면서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다"라고 덧붙였다.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검색하며 명백한 살인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피고인을 감형해준 것이다.


시민들은 이렇게 처벌이 약하니 '반면교사'가 되지 않는 거라고 지적하면서, 대법원 양형기준 최저형이 아닌 하한선을 크게 벗어난 형을 내리는 건 명백한 '봐주기 판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