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제자를 추행한 의혹을 벗고도 징계를 받게 되자 결국 극단적 선택을 고(故) 송경진 교사.

법원은 송 교사를 사망케 한 원인이 결백을 증명하다 얻은 스트레스로 보고, 송 교사에 대해 '공무상 사망'을 인정했다.

전북 부안군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던 송 교사는 2017년 4월 제자를 추행한 의혹을 받았다.

일부 학부모가 송 교사에 대해 "여학생에게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 이 의혹은 언론에도 여러 차례 보도됐다.

학부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따로 조사를 벌였지만, '여러 진술을 종합하면 추행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하지만 전북 학생인권교육센터는 직권조사를 벌였고, '송 교사가 학생들의 인격권과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전북교육청에 신분상 처분을 하라고 권고했다.

몇몇 학생이 송 교사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탄원서를 내봤지만, 바뀐 건 없었다. 탄원서에는 "수업을 잘 들으라고 어깨를 토닥이신 것 같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전북교육청은 같은 해 8월 징계 절차에 착수했고, 송 교사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무고한 가족을 잃은 유족은 공무상 사망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순직 유족 급여를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유족의 외로운 호소는 1년 가까이 지난 26일 첫 번째 결론이 났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는 송 교사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학생과 신체접촉에 관해 일련의 조사를 받으며 극심한 스트레스로 불안과 우울 증상이 유발돼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의 탄원서에도 학생인권교육센터는 피해 여학생들을 면담해 진술 내용을 확인하는 등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기존의 진술서만을 근거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망인의 사망은 수업 지도를 위해 한 행동이 성희롱 등 인권침해 행위로 평가됨에 따라 30년간 쌓은 교육자로서 자긍심이 부정되고, 더는 소명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라는 상실감과 좌절감으로 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